['주가 800 돌파' 하던 날] 뭉칫돈 증시로...1000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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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종합주가지수가 우여곡절끝에 800선을 뚫어냈다.
2000년 7월18일(주가지수 812) 이후 1년 7개월여만이다.
비록 801.14로 간신히 탈환하기는 했지만 이날 주가상승은 최대 매수 주체였던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공세 와중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 800선 돌파는 국내 경기회복과 함께 시중자금의 증시 이동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이른바 '천수답 증시'에서 벗어나 국내 투자자에 의한 증시 상승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D램 가격 반등,하이닉스반도체 및 대우자동차 매각 성사, 외국인 매수세 전환 등과 같은 상승 모멘텀이 생길 경우 상반기중 1,000 고지를 돌파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 경기회복 공감대 확산 =최근 들어 증시 주변 여건이 눈에 띄게 호전된 것은 아니다.
전날 미국 주가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미 증시의 고평가 논란 및 회계 불투명성, 일본의 금융위기론 등은 여전히 악재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증시가 꿋꿋하게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국내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강신우 굿모닝투신 상무)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도체 D램,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비철금속 등 각종 소재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공장가동률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동원증권이 거래소 1백26개사(시가총액 비율 88%)와 코스닥 37개(50%) 등 1백63개 상장(등록)기업의 올해 예상실적을 추정한 결과 이들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41.6%, 순이익증가율은 1백4.1%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온기선 동원증권 이사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에 힘입어 매달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주가 상승도 이같은 실물경기 회복이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탄탄한 증시수급 =외국인이 8일째 '팔자' 행진에 나서며 8천억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지만 기관투자가와 개인이 번갈아 가면서 이를 받아냈다.
특히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3일간 5천9백억원을 순매수, 명실공히 '상승장의 원동력' 역할을 다하고 있다.
투신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개인자금뿐만 아니라 금융사의 주식운용 아웃소싱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내놓은 주식형펀드에는 3일만에 1백41억원의 개인 뭉칫돈이 들어왔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아직 주식편입비중이 낮은 금융사들을 중심으로 대기 매수세가 풍부해 돌발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주가는 쉽게 조정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 향후 전망 =올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계단식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강신우 상무는 "외국인 매도세로 투자심리가 다소 위축될 수도 있으나 실물경기가 워낙 탄탄한 만큼 조정을 받더라도 숨고르기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외국인 매수세 전환, D램가격 상승과 같은 모멘텀이 나타나면 주가는 한단계 레벨업되는 과정을 밟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기선 이사는 "외국인 매물로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있는 삼성전자를 대신해 올 1,2월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는 중저가 옐로칩이나 중소형 개별종목의 상승세가 한차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