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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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1955년 '깨끗한 물은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선포했다.
세계의 장수촌인 네팔 북쪽 훈자마을,코카서스의 아브하지야,에콰도르의 발카밤바 등은 모두 물이 청정한 고산지대에 있다.
어느 곳이나 식생활은 보잘것없는 만큼 수명은 음식보다 물에 좌우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아침의 물 두 잔은 최고의 보약이라고 하거니와 하루 1.5ℓ,즉 2백㎖ 컵으로 8컵 정도 마실 경우 요로결석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물은 또 장맛과 술맛을 결정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유명한 술은 모두 지형상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생산된다.
우리 조상들은 물이 성격도 좌우한다고 믿었다.
집에서 나는 물이 경수(硬水) 연수(軟水) 감수(甘水) 고수(苦水)냐에 따라 성품이 깔끔하거나 탐욕스럽고,유순하거나 고집세고,근면하거나 게으르고,정절하거나 음탕해진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서울에선 물을 길어다 파는 곳에 수질을 감별하는 노인을 따로 두었다고도 전해진다.
국내의 경우 50년 전만 해도 충주 달천수를 비롯 오대산 우중수,속리산 삼타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어디서나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수돗물은 물론 약수터 물조차 거의 믿기 어려운 마당이다.
결국 지난해 정수기 시장은 8천억원을 넘어섰고 생수시장도 2천억원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열린 제12회 '국제 물 시음회'에서 캐나다 퀘벡주 물이 최고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좋은 물은 색 냄새 맛이 없어야 한다고 한다.
철저한 시험에 의한 결과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몸엔 우리 물이 최고일 것이다.
물은 일단 한번 오염되면 정화시키기 어렵다.
선조들은 일찍이 물을 함부로 더럽히지 못하도록 '냇물에 오줌을 누면 고추 끝이 부어 감자고추가 된다'고 했는가 하면 기저귀는 냇물에 빨지 말고 꼭 물을 길어다 빨도록 했다.
물맛이 예전같지 않다고 얘기 할 게 아니라 각자 음식물이나 술 커피라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