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거듭 '칭찬합시다' ..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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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남짓 '한경에세이'를 연재하는 동안 여러 통의 편지를 받았다.
지인들로부터의 전자우편도 있었고,이름 모를 독자로부터의 편지도 있었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 필요성에서부터 남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6개의 에세이를 기고했는데,그 중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것이 '칭찬합시다'였다.
특히 '잘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한 청소년의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
'칭찬합시다'란 글에 대한 '칭찬'을 듣고 새삼 긴장하게 됐는데,이것이 바로 칭찬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다.
칭찬은 더 잘 해야 한다는 결심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라고,어른들은 칭찬을 통해 삶의 윤활유를 얻게 되므로 칭찬은 결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칭찬에 인색한 것은 우리에게 유독 칭찬할 만한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칭찬하고 싶은 마음,더 정확하게는 칭찬하는 습관이 부족한 탓인 것 같다.
개인의 의견과 창의보다 집단의 이익과 단합이 중시되는 삶을 살아오는 동안 마땅히 칭찬해야 할 일도 지극히 당연한 일로 희석시키는 버릇에 길들여진 탓일 게다.
조선 명종 때 재상 상진(常辰)이 시골길을 지나다 소 두 마리가 일하는 것을 보고 둘 중 어느 쪽이 일을 더 잘 하는지 물었다.
질문을 받은 농부는 재상 곁으로 다가와 귓속말로 그 대답을 일러주었다.
농부의 태도를 이상하게 여긴 재상이 그 까닭을 묻자 '미련한 짐승이라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쪽은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짐승도 칭찬과 질책을 구분할 줄 안다는 예가 되겠다.
칭찬이 일상화된 선진국을 보면 칭찬이 용기와 결단력을 낳게 하고,높은 자리에 있는 유능한 사람일수록 칭찬에 부지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장관을 지낸 사람이 사임할 경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 국민을 상대로 그 동안의 노고와 고마움을 치하한다.
장관을 배출한 지역에서는 기념관을 지어 잘한 일을 칭찬하고 알리는 데 온갖 공을 들인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릴레이 칭찬'이 유행하는 등 칭찬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반갑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칭찬에 인색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실제로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F 알베로니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칭찬거리를 발굴하는 데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그것을 기리는 데도 열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