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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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포네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세력을 뻗어 나간 마피아 두목이었다.
이탈리아의 가난한 이민가정 출신인 그는 금주법(禁酒法)을 무시하고 술을 밀매하면서 엄청난 부를 늘려 나갔다.
미국은 금주법(1920∼34년)이 시행되면서 숱한 문제에 시달렸다.
술을 밀수·밀매하는 갱들이 날뛰고,무허가 술집이 속출하고,술과 관련된 검은 커넥션으로 정치적으로도 크게 부패했다.
법으로 금했는데도 음주를 죄로 생각지 않아 오히려 음주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부유층과 특권층의 상징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교양 있는 여성들이 술을 가까이 했고,격높은 사교일수록 몰래 술을 마시는 풍조도 생겨났다.
청소년들 역시 음주를 매우 스릴 넘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산업용 주정으로 만든 술이 유통되면서 수천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역사는 이 기간을 광란과 무법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술과 함께 거론되는게 담배인데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담배의 제조 및 판매를 금하는 법안을 만들어 상반기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세계적인 금연추세로 볼 때 20년 후쯤이면 각 나라에서 담배의 생산과 유통을 금지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20년 동안의 경과규정을 둔 금지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년 후에나 발효될 법을 지금 만들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법 규제가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실패로 끝난 미국 금주법을 되새겨 보더라도 그러하다.
선진국에서도 매체의 담배광고를 금지하고,실내는 물론 옥외의 공공장소 흡연도 규제하는 추세이긴 하나 법으로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최근 들어 흡연으로 인한 질병과 폐해가 매스컴에 집중 보도되면서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연인구가 전에 없이 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처럼 끽연자들에게는 담배의 해악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만으로 족하지, 금연을 법으로 강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미국 금주법의 교훈은 아직도 유효하다.
박영배 논설위원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