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보합 마감, "수요 우위 이어질 듯"

국채 금리가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급 호전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날 미국 재무부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산업생산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나왔지만 채권 시장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 증언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최근의 수요 우위 장세를 완전히 돌려놓지 못했다. 오는 3월 국채 발행 규모가 2조4,000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음을 고려할 때 당분간 채권 금리는 공급 부족에 의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증권의 오동훈 연구원은 "큰 악재들을 무리 없이 겪어내고 있다"며 "금리는 견고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7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과 같은 5.85%를 기록했다. 상승 출발한 후 한때 5.89%에 호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장 막판 들어 보합권으로 되돌아왔다. 5년 만기물은 6.62%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회사채 수익률도 보합으로 마감했다. AA- 등급 및 BBB-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각각 6.81%, 10.99%로 전날과 변함 없었다. 국채 선물은 사흘만에 오름세를 마감,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3월물은 5만3,575계약 거래되며 전날과 같은 104.86을 기록했다. 하락세로 시작해 장 초반 104.70까지 내려갔으나 지지선이 생각보다 견고했다. 장중 5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04.70을 지지로 횡보하자 시장 분위기는 호전됐고 장 막판 급하게 낙폭을 좁혔다. 이날 국채선물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1,311계약, 1,799계약을 순매도한 반면 은행과 투신사는 각각 2,111계약, 1,641계약 순매수했다. ◆ 산업생산 급증 주가 강세 등 비우호적 여건 = 지난 1월 산업생산이 전년 같은 달보다 10.2%나 증가했다. 조업일수 증가에 따른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개선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산업생산이 당초 6∼7% 증가하리라던 전망을 크게 앞질렀지만 채권 시장의 대응은 비교적 의연했다. 채권 시장의 공급 부족이 금리 상승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고채권 5년물과 10년물은 매물이 나오는 대로 보험사 등 장기 투자 기관이 사들인다"며 "전체적으로 수요 우위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기가 상승했으나 내수 위주여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진행되려면 수출회복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는 이날자 보고서에서 2월중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20.5%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아직 수출이 회복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재정경제부 권오규 차관보는 "수출이 회복될 때까지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린스팬 하원 증언 큰 영향 없을 듯 = 이날 앨런 그린스팬 FRB 의장의 의회 증언에 미국 금융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2월중 소비자신뢰지수 급락으로 장 초반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장 막판 낙폭을 좁힌 것은 그린스팬이 경기와 관련해 낙관적인 발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린스팬이 현재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금리를 인상해야 할 정도로 빠르지 않다고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그린스팬 발언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투자증권의 윤항진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금리의 움직임과 우리 나라 금리 움직임의 방향이 같지 않다"며 "그린스팬의 발언이 예상보다 강해 미국 채권 금리가 추가 상승해도 이 효과가 국내 채권 시장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윤항진 위원은 "주가가 강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의 호전된 수급 상황을 해칠 수준은 아닐 것"이라며 "다음주까지 금리는 5.80%선을 목표로 잡고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