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민간기업 역할 커진다 .. '사유재산보호' 요구 의미

중화전국공상련이 제안한 '헌법상의 사유재산 보장'은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중국 경제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공상련의 문제 제기는 특히 작년부터 수면 하에서 논의돼 왔던 사영(민간)기업 활성화에 대한 중국 기업인들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 '사유재산 보호' 문제가 제기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1일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창당기념식에서 '민간 기업가의 입당 허용'을 천명한 후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이 문제가 공산당 지도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더 이상 사영기업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경제·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다. 사영기업은 부실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국유기업과 달리 급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유기업 개혁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을 흡수하는 사회 발전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영기업 발전은 눈부시다. 지금도 하루에 8백9개꼴로 사영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전국의 사영기업 수는 약 1백70만개. 그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이 2천7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사영기업은 작년 한해에만 약 5백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국유기업 개혁으로 쏟아진 실업자는 약 2천4백만명. 그나마 사영기업이 있었기에 실업의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중국 사기업은 자본주의 국가 기업과 같은 '자본주의적 성향'을 갖는다. 스톡옵션, 인센티브, 전방위 인사평가시스템 등 서구 경영시스템은 모두 들어와 있다. 대부분 젊은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사기업은 인수합병(M&A), 외국기업과의 합작 등 경영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 중국은 WTO가입으로 야기될 많은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사영기업의 존재를 인정해야 할 상황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마훙(馬洪)은 "앞으로 10년 간 사영기업이 국유기업을 흡수하는 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두고 '사영기업의 화려한 반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 규약과 헌법이 바뀌면 중국 공산당은 서구의 사회민주당과 유사한 정당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사유재산 불가침권이 헌법 조항으로 삽입되면 기업인들의 재산보호에 대한 우려도 불식돼 민간경제가 급속 발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또 21세기 국가전략 수립에 유연성을 갖게 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 용어풀이 ] □중화전국공상연합회=중국의 기업가들을 대표하는 중국 최대의 경제단체. 지난해 11월 난징에서 세계 화교상인대회를 개최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중국민간상회'로도 알려져 있으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하는 34개 분야별 대표단체 중 하나다. 주로 사영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쿤밍(昆明)에서 대규모 민영기업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정부정책과 업계를 조정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관변단체로 정부의 정책 수립에 많이 관여하고 있다. 중화전국공상련에는 현재 1백56만6천여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이중 기업회원은 41만1천여곳에 달한다. 전국 각 지역에 2만여개의 지부를 갖고 있다.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고문 단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