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택] '蒼波亭' .. 도심 산자락에 밀려온 파도

창파정(蒼波亭). 푸른 파도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부드럽게 밀려오는 해풍이 세상 시름에 지친 몸을 달래줄 것 같은 느낌이다. 집이름만 들으면 산세 수려한 바닷가에 들어선 옛날 정자일 것만 같다. 그러나 청파정은 바닷가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서울 도심 산자락에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사철 변화하는 자연 풍광에서 푸른 파도가 주는 아련한 향수까지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건축가가 붙인 이름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북한산 산세가 수려하고 경관이 뛰어나 고급주택이 즐비한 곳이다. 창파정이 위치한 곳은 산자락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산의 중턱이다. 입지가 뛰어나서 건축가가 집이름에서 생각한 모든 느낌을 과장없이 담아낼 듯싶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좋은 자리에 있다고 꼭 좋은 집이 되란 법은 없지만 청파정은 일단 좋은 집으로 평가받기에 어색함이 없다. 입지여건을 해치지않고 조화롭게 앉히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한 집이다. 특히 사방으로 열린 산세와 도심 풍경을 품어내기 위해 뒷쪽 대문을 빼고 전면을 개방시킨 것이 인상적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2층으로 연결된다. 경사진 대지를 이용해서 층간 배치를 한 탓이다. 거실과 안방 사이에 로비를 둬서 좀 더 많은 밖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것도 좋은 느낌을 준다. 이 집에서는 거실이 가장 핵심공간이다. 방향이 다른 두개의 벽면을 모두 외부를 향해 열어둔 형상이다. 외부를 향해 열린 창도 두 세개씩 크기가 다르게 배치,각기 다른 풍광이 들어올 수 있게 꾸몄다. 이 때문에 집 앞에 몇갈래로 나뉘어 흐르는 능선의 변화가 전혀 다른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1층은 2층과 다르게 방향을 틀어놨다. 앞쪽으로 흐르는 산세를 달리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구조다. 결국 집은 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1층에 들어오는 풍광은 다르게 보여진다. 2층에서는 먼발치의 그림이 펼쳐진다. 산허리에 걸친 저녁해와 파도 같은 능선,점점이 박힌 도심풍경들이 쏟아진다. 1층에서는 땅과 좀 더 가까이에 있어서 세밀한 자연의 움직임이 솔바람소리와 함께 묻어온다. 건물 외관의 조형미도 뛰어나다. 마치 벼랑끝에서 비상하는 새의 형상이다. 집터가 부정형에 급경사를 이루고 있기때문에 외형에 강한 역동성을 줘서 조화를 시킨 탓이다. 특히 경사진 암벽을 뒤쪽 벽으로 활용 멀리서 보면 절벽에 집이 붙어있는 모양이어서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준다. 창파정은 고급주택이 늘어서 있는 지역에 들어선 소형 주택이다. 그러나 뛰어난 조형성과 지형 조건에 짜맞춘 듯한 공간구성 등으로 인해 주변 고급주택에 비해 전혀 왜소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당당하면서 기품이 넘친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공사기간이 무려 11개월이 걸렸다. 급경사지에 짓다보니 공사가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외부와 연결되는 작은 계단 하나하나에도 온 정성을 담아내느라 든 일품이 많은 탓이다. 보통 2~3달이면 기계로 찍어내듯 지어지는 단독주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건축메모 규모:대지면적-194평,건축면적-36평,연면적-63평,지하2층. 위치:서울시 종로구 평창동,구조-철근콘크리트조. 설계:환건축 송광섭 (02)583-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