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e기업 집중분석] '어울림정보기술' .. 방화벽 시장 점유율 1위

기술개발이 빠른 보안분야에서 방화벽(firewall)부문은 비교적 무난한 기술로도 제작이 가능한 범용 제품군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방화벽이 로테크(low-tech)분야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견을 같이 한다. 아무리 훌륭하게 구축된 보안장치라 하더라도 시스템의 최전방에 위치하는 방화벽이 허술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보안회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스라엘의 체크포인트와 미국의 넷스크린이 방화벽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런 쟁쟁한 회사들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외산업체들을 시장의 주변부로 몰아내고 중심에 선 토종 업체가 있어서다. 그 회사가 바로 국내 방화벽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30%)를 차지하고 있는 어울림정보기술(대표 장문수·www.oullim.co.kr)이다. ◇한 우물만 판다=어울림의 방화벽 제품인 '시큐어웍스 파이어월(secureworks firewall)'은 오늘날의 어울림을 만든 1등 공신이다. 지난해 매출액 1백91억원 중 1백75억원을 이 제품만으로 달성했다. 더욱이 지난해 정보보안업계는 통합 솔루션 바람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여서 단일 솔루션으로 이같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97년부터 방화벽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그러나 제품을 다각화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보다는 하나만 제대로 해내자는 생각에 방화벽 관련 제품만을 연구하고 생산했다"고 말했다. ◇기술로 승부하고 서비스로 지킨다=현재 어울림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국내에만 3천3백여곳. 정보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다. 사업 첫해 레퍼런스 사이트(제품을 사용하는 곳)가 40여개 남짓했던 회사가 불과 4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바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는 평범한 소신이었다. 사업 초기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이유로 저가 공세를 펼칠 때 어울림은 제품납품과 동시에 후속 서비스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장을 공략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무리하게 제품 판매를 하지 않은 덕분에 남는 역량을 제품 개발과 서비스에 돌릴 수 있었다. 그 결과 2000년 12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적인 보안제품 인증기관인 미국 트루시큐어사의 익사(ICSA)인증을 받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서비스 강화를 위해 방화벽 업체로는 처음으로 사내에 '테크센터(Tech-Center)를 만들어 일요일을 제외하곤 언제나 고객의 호출에 24시간 체제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다음 단계가 고비다=오는 2005년까지 방화벽 시장의 성장률은 평균 17.37%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보안업계 평균 성장률인 34.11%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어울림이 차세대 제품으로 밀고 있는 가상사설망(VPN)의 경우 경쟁업체가 국내시장을 60%나 점유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울림은 주위 염려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가상사설망의 특성상 방화벽 제품에 부가되는(add-on) 성격이 강해 방화벽부문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