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후보 제주 경선] 국민경선 첫출발..792명 표심 어디로

"이렇게 스타되는 줄 몰랐수다" 민주당 대선후보 첫 경선을 하루 앞둔 8일.제주시 제주현대탈콘 건물에서 화장품가게를 운영하는 양옥자씨(여·46)는 각 후보 진영에서 보내는 잇단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백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민선거인단에 뽑힌 그는 "제가 언제 신낙균 전 장관(이인제 고문측)을 만나고 정동영씨와 전화통화를 해볼수 있겠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7일에는 친구 네명이 한꺼번에 가게로 밀어닥쳤는데 각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얼굴을 붉혀가며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제주시 연동에 사는 박강수씨(38)는 "하루에도 전화가 50통 정도는 오는 것 같다"면서 "핸드폰을 버리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지나친 러브콜에 대한 불만이다. 국민경선제 도입으로 한국판 '뉴햄프셔'가 된 제주는 평온속에서도 이같은 이상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시청 앞 번화가에서 만난 10명중 7명은 경선이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 음식점을 찾은 한라대 호텔조리과 학생들은 "경선하는 건 알지만 누가 누군지 통 알수 없습니다"라며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인단(일반국민 3백78명 포함 7백92명)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각 후보진영이 펼치는 막판 지지확보 경쟁은 분명 '과열' 양상이 짙다. 첫 국민경선지란 상징성도 있지만 부동층이 예상외로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각 후보진영은 유동표 규모를 적게는 30표 안팎(이인제 후보측)에서 많게는 1백50표선(20%,노무현 후보측)까지 추정했다. 때문에 경선당일인 9일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후보들의 연설이 당락을 좌우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강하다. 경선이 뿜어내는 열기에 비해 금품살포 행위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노무현 후보측의 한 운동원은 "진짜 우리편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주고 싶어도 못줍니다"라고 털어놨다. 반면 흑색비방전은 여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선거인단은 "'모 후보는 평소에 여자관계가 복잡했고 능력도 안되는데 아들을 유학보냈다'는 내용의 여의도우체국 소인이 찍인 유인물이 집에 날아왔다"면서 "신고할지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하루 앞둔 8일 대선후보 7명은 첫 경선지인 제주도에 총집결,부동표 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인제 상임고문은 이날 아침 일찍 제주지역 대부분 언론사를 순회방문했으며,김명섭 김효석 김성호 의원 등 10여명과 함께 당원 대의원 및 공모 선거인단을 상대로 전방위 접촉을 벌였다. 노무현 상임고문은 호남향우회를 방문한데 이어 제주시 지구당사에서 당원 대의원들에게 한표를 호소했다. 한화갑 상임고문은 제주 4·3 위령탑을 참배,첫 결전에 임하는 각오를 다진데 이어 서귀포·남제주 지구당위원장 고진부 의원과 문희상 정철기 정범구 허운나 의원 등과 함께 최종 '집안단속'과 부동표심 확보에 진력했다.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김중권 김근태 상임고문과 유종근 전북지사는 '게릴라 콘서트'식 소규모 간담회를 곳곳에서 개최,막판 추격전을 벌었다. 제주=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