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커뮤니케이션 능력 .. 김종훈 <한미파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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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hanmiparsons.com
최근 역사 드라마 '태조 왕건(太祖王建)'이 종영되었다.
드라마의 내용이나 극중상황이 현재의 그것과 비슷했기 때문인지 정치권에서 그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었고,일반인에게도 천년 전의 역사와 일상생활과의 유사함을 비교,인식토록 함으로써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실감케 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 중 왕건과 견훤,그리고 궁예의 성공과 실패는 결국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발휘 여부에 의해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왕건은 가정에서는 물론 부하 장수들이나 지방 호족세력들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했던 반면 궁예나 견훤은 그러하지 못했다.
미륵을 자처하며 초기에 수많은 백성들의 지지를 받아 국가를 설립했던 궁예는 대륙진출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독선과 처와 자식들마저 죽이는 비정함으로 인해 결국 민심을 잃고 부하들로부터 배척당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호방한 성격에다 힘과 용맹스러움마저 겸비했던 견훤은 부모와 불화를 해결하지 못해 자신의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을 자초했을 뿐만 아니라 편견과 편애 때문에 부인과 자식들에게 왕위마저 찬탈 당하고 자기가 세운 국가의 문을 스스로 닫아야만 했던 비운의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여기에서 가정이나 기업,사회 그리고 현실정치에 있어서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공자(孔子)의 대학(大學)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말 역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 또한 경청하는등 상호간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구축돼야만 비로소 화합과 평화를 이룰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경구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나 부족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와 자식,부부,노사,여야 정치인 그리고 남북간 등 어디에서도 자신의 입장이나 이익을 주장하는 목소리만 드높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진솔한 자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상호불신을 유발하고 불신은 다시 단절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함을 생각할 때 태조 왕건의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한 리더십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야 할 일이다.
이는 곧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깨우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