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원기자의 '보험 X-파일'] 손보社들의 '천수답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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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결산법인인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지난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만 봐도 손보사의 수익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2001회계연도 3분기까지(2001년 4~12월) 8백8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누고 기간을 감안해 산출한 ROE는 80.8%에 이른다.
회계장부로만 따지면 1백원으로 1년 동안 80원을 번 셈이다.
물론 자본총계에 비상위험준비금을 더해 산출한 수정 ROE는 이보다 낮다.
3분기까지 7백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LG화재의 ROE는 1백75.9%에 달한다.
LG화재는 전년에 무더기 적자를 냈던 기업이다.
이밖에 동부화재의 ROE는 54.1%, 삼성화재의 ROE는 18.1%였다.
우량 은행의 ROE가 평균 20% 내외인 점에 비춰 보면 손보사들의 경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회사들이 주가 하락 등 악재 돌출로 전전긍긍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손보사 사장들이 지옥과 천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수익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천수답 경영'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다.
최근 손보사들이 쾌조의 영업실적을 낸 데는 외부환경의 도움이 그만큼 컸다고 할 수 있다.
70% 이상 될 것으로 예상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65∼67% 수준으로 낮아졌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투자영업 쪽에서도 많은 이익을 냈다.
전년도와 반대의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문제는 손보사가 계속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느냐이지만 장담하기 어려운게 업계 현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경찰의 교통위반 단속이 소홀해지면 손해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돈을 많이 번 만큼 보험료 인하 압력도 뒤따를 전망이다.
증시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외부 바람을 타지 않고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는 삼성화재 정도'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손보사 사장의 임무는 자명하다.
어떤 환경에서도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를 갖춰야 한다.
손보사 사장은 당장의 순이익에 만족하거나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순이익이 많이 났을 때는 적정범위 내에서 지급준비금(OS) 및 각종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주주들도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 체질을 바꿔 가는 경영인에게 후한 점수를 줘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