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강한가] (1) '엔지니어 이건희' .. '電子 마니아'

이건희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경제학을,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엔지니어 만큼 전자제품에 대한 깊숙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그는 세계 어느 경영자보다 과학기술을 중시한다. 특이한 점은 이런 지식을 습득한 과정이다. 이 회장은 직접 전자제품을 분해해보고 궁금한 점은 전문가에게 물어가며 전자 기술을 터득했다. 파고 들어 알려고 하는 천착(穿鑿)습관이 전자제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장은 측근들에게 자신만큼 전자 제품을 많이 사 본 최고경영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해박한 전자기술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지난 87년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중대한 고비를 맞았을 때 이건희 회장의 이런 자질이 힘을 발휘했다. 4메가D램 개발을 스택(stack:쌓는 방식)으로 할 것인가,트렌치(trench:파는 방식)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두 기술은 서로 장단점이 있어서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쪽이 유리한 지 전문가들도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건희 에세이"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화시켜야 한다.회로를 고층으로 쌓는 스택이 수월하다" 이 결정은 나중에 올바른 선택으로 판가름났다. 트렌치를 채택한 도시바가 양산과정에서 생산성 저하로 D램 선두자리를 히타치(日立)에 빼앗겼고 16메가 D램과 64메가 D램에 스택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지난 93년 미국 출장중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 회장은 호텔에 짐을 푼 직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회장은 인근 백화점에서 일제 도시바 VCR을 사와 분해를 했다. 수행했던 이상익 삼성전기 기획팀장에게 이 회장은 이런 지적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제품의 부품수가 삼성 것보다 20% 가량 적은데도 비싸게 팔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부품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삼성이 개발한 VCR이 위너다. 이 회장은 제품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화면의 20%를 시청자들이 못본다는 얘기를 듣고 숨은 1인치 화면을 볼 수 있는 TV(플러스 원)을 개발토록 했다. 휴대폰의 센드 및 엔드 기능 버튼이 작은 것을 보고도 즉각 이를 시정토록 했다. 가장 많이 쓰는 단추가 왜 다른 버튼과 크기가 같고 밑에 있어야 하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휴대폰의 센드와 엔드 버튼이 맨 위로 설계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표준화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이 회장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선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릴 적부터 장난감 동화 놀이속에서 과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 회장이 기술 다음으로 중요시하는게 디자인이다. 훌룡한 디자인 능력이 없으면 명품도 없다는 게 이 회장 생각이다. 기술이 받쳐주고 디자인이 따라주면 마케팅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이 회장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