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D-1, "변동성 경보"

사상 처음으로 맞은 지수선물·지수옵션·종목옵션 등 세 가지 파생상품의 동시 만기일(Triple witching day)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증시는 만기일에 쏟아질 매물 강도와 이후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치열한 심리게임을 펼치고 있다. 투자심리는 만기에 대한 경계감과 대세 상승 기대감 사이에서 잔뜩 움츠러드는가하면 이내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변하기도 했다. 매수차익잔고가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은 사실이나 이미 예고된 만기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들어 롤오버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 출회를 저가 매수 시점으로 설정해 놓은 '매수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은 기본적인 시각은 만기는 '큰 흐름'을 되돌린 기억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과 '학습효과'를 내세워 제시되고 있는 가지각색의 시나리오도 그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지수 방향과 반대로 포지션을 설정하고 지수관련주에 대한 저가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면서 기관 선호 옐로칩이나 실적관련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기관, 수급의 중심 =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고 나서 향후 매매패턴이 주목되고 있다. 매매의 다른 한 축인 외국인은 당분간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자금 유입 속도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기관화 장세'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최소한 하방경직성 강화를 도울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12일 기관은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에도 불구하고 873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트리플위칭데이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매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매수주체로 떠오른 것. 기관 매수세는 풍부한 '실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다 증시 대세상승 기대, 부동산 제재 등으로 유동성은 풍부하다. 종합지수가 800선을 돌파하면서 주식 간접투자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세다. 물론 기관이 유동성만으로 증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각에서는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아 저가 매수를 노리던 기관이 '조급증'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외국인은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6,991억원을 순매도, 5개월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선 이래 이달 들어서도 1,500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 지분율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올라 있는 데다 단기 자금의 경우 일본 증시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기관과 외국인의 여건을 감안, 기관 선호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만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고 만기 이후에도 기관 중심의 흐름에 대응하기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날 삼성증권은 향후 기관 매수 예상 종목으로 삼천리, LG건설, 한일시멘트, 동아제약, LG전선, 한국제지, 한섬, 현대중공업, 삼성SDI, 현대모비스, 국민은행, 제일모직, 코오롱, 한국단자, 한국전력, 대덕GDS, 기아차, 삼성정밀화학, 한진, 호남석유, 웅진닷컴, 제일제당, INT스틸, LG전자 등을 제시했다. ◆ 변동성 확대에 대비 =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함께 연중 고점을 돌파했다. 종합지수는 코스닥에서 이동한 매기를 반기며 장 막판 급등, 846까지 치솟았다. 이달 초 번번이 미끄러진 850선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 호전과 기업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이 견고한 가운데 고객예탁금 증가, 투신권으로의 자금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점이 상승을 점치게 한다. 다만 국제연합(UN)의 무기사찰을 거부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이 임박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국제유가 급등, D램 가격 하락 등 아직까지 확인해야 할 변수가 남아있다. 만기일의 단기 충격도 불가피해 보여 적극적인 대응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일시적으로 종합지수가 850선을 돌파해도 만기일 이후 방향성을 가늠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만기일을 전후로 한 '상승 후 조정'이나 '충격 후 상승'이라는 선택이 아직 유효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관 매매패턴과 더불어 단기 방향을 제한할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관심이다. 12일 현재 7,400억원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수차익잔고중 이미 상당 부분은 롤오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주 들어 주가지수선물 6월물 가격이 3월물을 상회하고 있고 6월물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나타내고 있다. 롤오버를 위한 조건은 갖춘 셈이다. 이틀 동안 약 9,500계약의 스프레드 거래가 이뤄졌고 6월물 미결제 약정은 1만3,000계약으로 급증했다. 롤오버물량을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으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매수차익거래 청산에 대한 부담이 줄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시장베이시스와 6월물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롤오버물량이 증가한다고旋ㅐ岵?것만은 아니다. 향후 증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정리될 물량인 데다 만기일 이후에 곧바로 출회되곤 했던 최근 경향이 재연될 수 있어 매수세가 있을 때 청산하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