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벤처 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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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산업이 뜨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벤처기업들의 모임인 '에바(EVA)'가 주목받고 있다.
EVA를 풀어서 말하면 ETRI벤처협회(ETRI Venture Association)다.
현재 이 모임에는 2백42개 기업이 가입했다.
이 덕에 ETRI는 'IT벤처 사관학교'라는 별명을 얻었다.
EVA 소속 기업인들은 ETRI 연구원 시절 쌓은 기술을 토대로 각 분야에서 IT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EVA 회원중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70)은 한국 IT업계의 간판 스타이자 원로 IT기업인으로서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ETRI에 병합된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산센터에서 전산기 연구운영실장과 전산기국산화연구실장 등을 역임했고 1981년 삼보컴퓨터를 설립했다.
핸디소프트의 안영경 사장(45)과 영림원소프트랩의 권영범 사장(49)도 대표적인 SERI 출신 경영인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1982년부터 91년까지 10년간 SERI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88올림픽 조직위원회 경기전산부장을 역임했다.
권 사장은 1982년부터 88년까지 소프트웨어 분야를 연구하다 큐닉스데이타시스템을 거쳐 93년 창업했다.
보안업계에서도 ETRI 인맥은 커다란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PKI(공개키기반구조) 솔루션 전문기업인 케이사인과 보안OS(운영체계) 전문기업인 시큐브를 운영하고 있는 홍기융 사장(40)은 85년부터 95년까지 ETRI에서 연구를 했다.
한시큐어 대표이사이자 안철수연구소 부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한근희 사장(42)은 SERI에서 14년간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데이콤 인터넷사업단을 거쳐 창업한 케이스.
ETRI 인근 대덕밸리에 자리잡은 회원도 많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니텍의 이경수 사장(43)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87년부터 96년까지 ETRI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다 지니텍을 설립했다.
반도체 공정장치 설계기술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네덜란드 다국적기업인 ASM에 반도체 원천기술을 공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벤처 열풍이 한창일 때 ETRI를 떠나 창업했던 EVA 소속 기업인 중에서는 이머시스의 김풍민 사장(45)과 가시오페아의 박찬종 사장(42)이 주목받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3D(입체) 음향저작도구를 개발했고 ETRI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연구했던 박 사장은 가상현실 러닝머신을 개발, 스포츠센터 등을 중심으로 수요처를 찾고 있다.
한편 이들 EVA 회원사중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삼보컴퓨터와 엘렉스컴퓨터 2곳이며 코스닥에 등록된 기업은 핸디소프트 솔빛미디어 등 5곳이다.
또 아라리온과 아이티는 코스닥 심사를 통과했고 한국인식기술 해동정보통신 등은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