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햄버거는 惡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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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사이에 쇠고기를 끼워넣는 햄버거는 1892년 미국 오하이오의 카운티 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기록하고 있다.
중세 타타르인들은 날쇠고기에 소금 후추 양파즙으로 간을 한 원시형태의 햄버거를 먹었다.
후에 독일인들이 이 요리법을 배웠고 19세기에 독일 이민자들이 이를 미국에 소개했다.
햄버거는 간편성과 효율성을 무기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눈부시게 성장했다.
50년대 중반에는 애플파이를 밀어내고 미국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햄버거의 성장에 가속도를 붙인 사람은 바로 맥도널드의 창업주인 레이 크록.
그는 미국인의 식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지금은 매초 2백명의 미국인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개 이상의 햄버거를 사먹고 있을 정도다.
바로 이 햄버거가 최근 들어 채식주의자와 생명주의자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있다.
햄버거 한 개를 만드는 데는 5.4㎡의 삼림이 희생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소를 길러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삼림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희생된 삼림은 생태계 파괴를 동반한다.
예를 들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기르는 육우를 재료로 햄버거 한 개를 만들면 약 75㎏에 이르는 생명체의 파괴가 뒤따른다는 분석이다.
20∼30종의 식물과 함께 서식지를 빼앗긴 1백여종의 곤충,수십종의 조류 양서류 등이 사라진다는 것.
삼림 파괴는 또 지구온난화를 초래해 재앙을 가져온다.
울창한 삼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지구 열기를 대기로 방출하는데 삼림을 불태우면 지구온도 조절기능이 없어진다.
이뿐만 아니다.
13억마리의 소들이 내뿜는 6천만t의 메탄가스는 지구에서 발생하는 전체 메탄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메탄은 온실효과를 부추긴다.
지구가 덥혀지면 생태계와 사회체계는 극도의 혼란과 위기에 빠진다.
사정이 이럼에도 햄버거는 여전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1위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의 7백60개 점포에는 하루 평균 76만명이 들르고 있다.
한 달로 치면 2천2백만명.
단순 계산하면 국민 2명 중 1명은 최소한 한 달에 1회 이상 햄버거를 사먹는 셈이다.
먹는 즐거움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일까.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