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사우디의 중동평화안

[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가 격렬해지고 있다.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이 나오고 있으나 문제를 해결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중순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델 왕자는 혁신적인 '중동평화안'을 발표했다. 이 평화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에서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동예루살렘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승인하면 아랍연맹 22개 회원국이 이스라엘과 동시에 수교해 안보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새 중동평화안의 골자는 아랍국가들의 국경선을 지난 67년 이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이 평화안은 전세계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압둘라의 제안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무력충돌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웃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이 제안을 오는 27∼28일 개최되는 아랍연맹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제출할 예정이다. 유럽 각국과 미국도 이를 환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압둘라 왕자의 제안은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리엘 샤론 총리는 사우디의 새 평화안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론 총리는 최근 "거기에는 명백하게 긍정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평가하고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검토도 하지 않고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자국에 대해 67년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평화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전적인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이스라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에 '완충지대'를 세우는 방안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방적 분리'라고 불리는 이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총 4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우선 완충지대에 담장과 검문초소를 설치해야 한다. 총 2백40마일에 걸친 이 지역을 군인들이 보초를 서야 한다.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완충지대 건설을 위해 한 업체가 이미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만약 시행된다면 요르단강 서안의 분리를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국가들로부터 거대한 저항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팔레스타인은 고립돼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완충지대 설치를 계속 밀어붙인다면 더 큰 '피의 보복'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샤론 총리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샤론은 국민들로부터 안보를 강화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다음 총선에서 맞붙게 될 벤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평화체제를 합의하는 것은 머나먼 길임에 틀림없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실린 'A Saudi Peace Puts Sharon in a Bind'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