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식회계' 논란 확산] "이익부풀리기" "적법행위" 팽팽

14일 금융감독원이 중징계한 13개 분식회계 기업의 분식 액수가 무려 8천2백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근절 의지가 단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재 수위가 발표되기도 전에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이번 조치는 즉각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과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여부, 부실 금융회사 매각협상에 미칠 영향 등 일련의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회계 기준을 둘러싸고 당국과 해당업체 회계법인간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불합리한 제도가 분식을 불렀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분식회계 근절이라는 대의명분에 맞게 제도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실적 부풀리기 =한화그룹 계열 3개사는 2000년 12월 결산이 끝나기 직전 서로의 주식을 싸게 매입한 후 실제 가격과의 차이 만큼을 당해연도 결산에 곧바로 반영, 모두 4천1백14억원의 이익을 더 낸 것처럼 꾸몄다. 이 때문에 (주)한화는 9백77억원 적자에서 1천57억원 흑자로 둔갑했다. 동부그룹 계열사들도 똑같은 방법으로 2천1백97억원의 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 SK케미칼과 동국제강도 같은 혐의다. 대한펄프와 흥창 신화실업 대한바이오링크 등은 △우발채무 삭제 △역외펀드를 이용한 이익과대계상 등의 수법으로 6백14억원의 영업실적을 부풀렸다. 금감원은 해당업체들에 과거 분식처리를 시정토록 지시, 향후 결산보고서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LG산전은 분식을 시정하면 오히려 실적이 호전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99년 일본업체에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한 뒤 영업권을 제대로 상각하지 않아 적자폭을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금감원 지적대로 매각에 따른 영업권 상각을 제대로 하면 당장 99년 결산 적자폭은 늘지만 2000년부터는 매년 상각해야 할 영업권 비용이 줄게 돼 6백27억원 적자에서 8백17억원 흑자가 된다. 또 2001년부터 2003년 결산 때까지 매년 1천억원의 이익이 추가된다. ◇ 무엇이 문제인가 =한화그룹 계열 등 8개사는 회계법인과 함께 금감원 지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감리위원회가 6시간이나 끌었던 것도 이같은 이유다. 반발 이유는 모호한 회계기준 . 현행 기업회계기준 59조는 기업이 주식투자 손익을 결산에 반영할 때는 20년 이내의 기간중 '합리적인' 기간동안 정액법으로 상각 또는 환입토록 하고 있다. 해당 기업과 회계법인들은 계열사 주식투자 이익을 곧바로 결산에 반영하더라도 '합리적'이라는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합리적이라는게 모호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3∼5년에 나눠서 투자 이익을 환입하고 있는데 반해 해당 기업들은 결산 직전에 투자를 실시하고 또 이를 한꺼번에 환입한 만큼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고 못박았다. 또 주식투자 이익을 부풀려 계산한 방법도 문제삼고 있다. 즉 계열사들은 서로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당 순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해 싼 값에 매입한 후 취득가액과 주당순자산가치와의 차액인 투자수익을 모두 '부(負)의 영업권'으로 처리, 한꺼번에 이익으로 환입했다. ◇ 파장은 =주가 폭락으로 해당기업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 액수가 가장 많은 (주)한화는 3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으나 이날 주가가 3백원(7.5%)이나 떨어졌다. 또 이번 적발로 기업 회계가 더욱 엄격해 질 전망이다. 분식 결산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붙였던 7개 회계법인들은 벌점과 함께 감사업무 제한조치를 받게 됐으며 향후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에 사용할 업계 공동기금에 돈을 더 내게 됐다. 공인회계사 26명은 무더기로 직무정지를 당하게 됐다. 향후 회계감사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투명성을 높여 투자 유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긍정 평가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