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다시 뛴다] (下) '홀로서기' .. 정부보호막 과감히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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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21 사건'이후 무성했던 벤처제도 개편논의가 일단락됐다.
벤처기업에 세제 등의 혜택을 주는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은 2007년까지 유지하되 벤처기업 지정은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이 개편내용의 핵심이다.
이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벤처기업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려면 정부 벤처업계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 벤처를 둘러싼 각 부문이 모두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벤처전문가들은 각 주체들이 "시장 기반의 벤처"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정부의 경우 벤처를 엄격히 지정하는 동시에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자금지원을 과감히 줄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점호 대우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벤처가 어렵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자금을 대주는 것은 오히려 벤처를 죽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1조2천억원이 풀려나간 벤처 프라이머리 CBO의 경우 벤처업계의 일시적인 자금난은 덜어주었을지 몰라도 이 때문에 벤처기업 구조조정은 상당기간 지연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인들 역시 정부 의존 태도를 버려야 한다.
휴맥스 코어세스 케이비테크놀로지 엔씨소프트 등 잘 나가는 벤처기업들이 이를 역설한다.
벤처기업 지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곤 정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회사들이다.
패스21의 대표였던 윤태식씨가 자주 관청 문을 드나든 것과 대조적이다.
'한탕주의'가 판을 치는 이제까지의 벤처투자 논리도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1∼2년내 코스닥시장에 등록시켜 주가가 뜨면 '팔자 고쳐보겠다'는 식의 접근은 벤처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정화 벤처연구소장(한양대 교수)은 "이같은 투자문화가 지속되면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에 주력해야 할 벤처기업이 주가관리나 회사포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시장기반의 벤처 생태계로 옮겨가는데는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중시된다.
이재환 삼성벤처투자 사장은 △장기투자로의 전환 △일회 투자가 아닌 지속투자 문화 정착 △투자 후 관리의 중요성 인식 등이 현재 벤처캐피털이 추구해야 할 과제라고 자체 분석했다.
지난 1997년부터 진행된 벤처사업 육성은 나름대로 성과를 나타냈다.
1만1천여개의 벤처기업은 지난해 55억달러를 수출해 전체 수출의 3.7%나 차지했다.
휴맥스 한단정보통신 등 1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벤처기업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벤처로 지정된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44.3%로 대기업(16.7%) 중소기업(12.5%)보다 월등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특혜에 가까운 정부지원이 숨어 있다.
2007년 이후엔 정부의 지원이 없어지며 그때까지는 정부 지원이 서서히 줄어든다.
벤처가 향후에도 경제활력소로 자리잡느냐 아니면 관심에서 멀어지느냐 여부는 앞으로 5년이 결정지을 전망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