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세계일류 기업-전기.전자] '메이드 인 코리아' 디지털역사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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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시장점유율 11년 연속 세계 1위,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세계 1위,세계 룸에어컨시장 1위"
디지털시대가 진전되면서 한국 전자산업이 진가를 발휘하며 세계시장에서 일궈낸 개가이다.
한국 전자산업은 아날로그 전자시대를 주도했던 일본을 훌쩍 뛰어넘은데 이어 세계시장에서 "디지털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의 인기를 날로 높여가고 있다.
한국 전자제품이 선진국 가전매장의 "초라한 구석자리"에 놓였던 것은 이제 옛날 얘기다.
선진국 수준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가품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제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영국 헤롯백화점의 명품관에서도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산 제품은 전시조차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일본 도쿄의 이시마루 8개 양판점에서도 최근 LG전자의 전 품목을 판매키로 했다.
심지어는 NHK TV도쿄 등 일본 방송사들이 LG전자 등 한국의 전자산업을 특집으로 방송했을 정도다.
올해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가전전시회 개막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 진대제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은 "디지털 가전과 이동통신이 융합되면서 "디지털 세계로의 무한자유"(Digital Freedom)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제품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나이 문화 지역을 초월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삼성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한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자산업중에서도 세계적인 성가를 올리고 있는 분야는 단연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29%로 11년간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삼성은 이밖에 세계 휴대폰시장에서도 지난해 4위를 차지했으며 CDMA시장에선 22.2%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TFT-LCD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각각 20%를 웃도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며 1,2위를 질주하고 있다.
브라운관시장에서도 LG필립스디스플레이와 삼성SDI가 1,2를 차지하며 전세계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백색가전 분야를 보면 세계 룸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가 일본의 마쓰시다를 제치고 지난 2000년부터 1위로 뛰어올랐다.
전자레인지도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의 한국제품이 세계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첨단 디지털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일본을 앞서거나 추월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분야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다.
일본 기업들이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심혈을 기울였던 이 분야에 한국기업들이 뛰어든 것은 95년.
출발은 늦었지만 98년10월 LG전자는 일본기업이 개발한 40인치보다 훨씬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60인치 PDP를 세계최초로 독자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또 LG전자가 98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TV 핵심기술을 상용화한데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미국형 디지털 TV를 개발,미국시장 개척에 나서는 동안에도 일본의 소니는 전통적인 TV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세계 디지털 가전시장을 둘러싼 패권경쟁에서 한국업체들이 무서운 파괴력을 보이자 외국의 선진업체들이 한국기업과 제휴를 맺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000년 LG전자.히타치의 광스토리지 사업제휴를 비롯 지난해의 삼성SDI.NEC(유기EL 합작사),LG전자.마쓰시타(에어컨 사업),LG전자.필립스(LCD 합작사) 등의 제휴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한국제품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통한 집중적인 R&D(연구개발)에 매달린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업체들이 장기불황의 여파로 신기술 투자시기를 놓쳤지만 한국업체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개발에 주력했던 것이다.
물론 아직은 소니 등 아날로그 시대에 구축된 브랜드파워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의 디지털 가전제품이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LG전자 권영수 재경팀장(부사장)도 "홈네트워크 기술을 반영한 신제품 출시와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향후 세계 가전시장에선 디지털 제품으로의 대체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