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체제 대비...'점진적 개혁' .. 롯데그룹 임원인사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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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17일 발표한 올해 정기 임원인사의 특징은 2세 체제로 옮겨가기 위한 '점진적인 개혁'으로 요약된다.
지난 15일 롯데제과 주총에서 그룹내 원로급 CEO(최고경영자)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부곤 대표(68)가 사임한데 이어 이날 인사에서 장성원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71)을 러시아현지법인 사장으로 전보시킨데서 이같은 포석이 엿보인다.
특히 장성원 사장은 20여년동안 주력기업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를 유통·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뿌리내리게 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
80년 롯데쇼핑 출범때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와 인연을 맺은 그는 그룹기조실장격인 호텔롯데 경영관리본부의 김병일 사장,신동인 사장(신격호 회장의 조카),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 등과 함께 롯데그룹을 이끌어가는 실세중 실세로 꼽혀왔다.
그가 2선으로 물러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일단 2세 체제가 점차 다가옴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재계는 평가한다.
물론 롯데측은 이를 극구 부인한다.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러시아 모스크바에 대형 복합건물을 착공해야하기 때문에 현지법인이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사장이 주력기업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신 회장의 후계구도와 관련짓지 않을 수 없다는게 롯데 안팎의 분석이다.
원로급 인사의 후퇴는 다음 세대로 길을 열어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
장 사장의 일선후퇴와 맞물려 주력기업에서 일부 발탁인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보수적인 기조의 종전 인사와 다른 점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승진연한이 채 안된 40대 중반의 임원들이 이사 또는 상무로 잇따라 승진하는 행운을 안았다.
신동빈 부회장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다만 호텔 제과 건설 등은 여전히 60대 사장들이 이끌어가게 됐다는 점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싫어하는 신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