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포항공대, "한국과학의 내일 우리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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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가 활짝 핀 3월의 포항공대 캠퍼스.
새학기를 맞아 신입생 환영행사로 시끌벅적한 여느 캠퍼스와는 분위기가 판이하다.
학생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정답은 바로 '연구실'이다.
건물마다 빼곡히 들어찬 연구실엔 학생들이 젊음을 불태우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기획처 조현재 팀장은 "학부생들도 일찌감치 연구실에 들어가 연구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나려면 연구실에 가야 한다"고 귀띔했다.
포항공대는 연구 중심 대학이다.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석·박사 과정 학생이 1천4백여명,학부생은 1천2백여명이다.
포항공대의 연구실적은 웬만한 종합대학을 앞지른다.
지난 96년 이후 매년 발표되는 논문이 1천건을 넘는다.
논문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SCI(국제과학논문색인)에 등록된 우수 논문만 매년 5백건에 달한다.
채치범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 학과는 외국 전문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박사학위를 준다"고 말했다.
포항공대는 연구환경이 해외 유명대학 못지 않다.
1회 입학생인 환경공학과 최원용 교수는 "포항공대는 미국 유명 공대와 차이가 없다"며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로 갔는데 기자재,교수 강의수준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항공대가 가장 자랑하는 연구시설은 지난 94년 1천5백억원을 들여 만든 포항방사광가속기.
전자를 가속시킬 때 나오는 빛으로 나노미터(㎚)단위의 미세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전자가 가속되는 원형 터널과 부속건물들을 합하면 잠실운동장만하다.
국내에서 유일하고 전세계를 통틀어 10개 뿐이다.
활용분야는 나노기술과 생명과학은 물론 단백질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방사광가속기는 상업적인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방사광가속기에서 광통신소자를 연구해 생산에서 발생하는 불량률을 70%에서 10%로 끌어내렸다.
포항공대는 최근 생명공학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생명공학연구센터'를 개관키로 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포항공대는 내년까지 우선 2백억원을 들여 교내에 센터를 설립하고 1백20억원 상당의 최첨단 실험장비를 도입해 세계적인 수준의 생명공학연구센터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공계 이탈현상으로 과학기술계가 기가 죽어있습니다.하지만 우리가 한국과학기술의 기를 되살려 놓겠습니다"
차세대 과학두뇌인 포항공대 '공부벌레'들의 다짐이다.
포항=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