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차별대우 못견뎌 자유찾아 한국行 결심" .. 탈북자 25명

중국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했다가 필리핀으로 추방됐던 탈북자 25명이 18일 오후 서울에 도착했다. 여섯 가족과 아이들로 구성된 이들 탈북자는 이날 낮 2시5분께(한국시간) 대한항공 KE622편으로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을 출발, 오후 5시21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일반 승객들이 먼저 내린 뒤 공항 여객터미널 2층 9번 게이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25명의 탈북자들은 게이트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간단히 심경을 밝혔다. 함북 온성 출신인 최병섭씨(52)는 "중국에서 차별을 받으면서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중국에서는 우리를 잡아갔고 그래서 차라리 한국가서 자유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국행 결심 배경을 밝혔다. 고아 소녀인 김향양(15)은 입국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이도 어리고 배움도 적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중국보다 잘 사는 한국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의 꿈은 중국에서 많은 분이 도와준데 보답하기 위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서울 시내 모처로 이동,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은 이어 '안전가옥'으로 옮겨져 1∼2주일 가량 관계기관 합동 신문을 받은후 통일부가 운영하는 하나원에 입소, 남한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중국정부는 이번 탈북자 사태와 관련, 스페인대사관 진입이 민간단체 주도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공개된데 대해 우리정부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해 왔다. 중국측은 특히 탈북자의 '제3국 추방후 서울행'이 선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측이 탈북자들을 필리핀으로 추방한 이후 외교경로를 통해 '조용한 해결이 되지 못해 앞으로 협조하고 싶어도 어렵게 됐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중국은 탈북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금명간 이번 탈북자 25명 사건에 개입된 일부 인사나 단체들을 처벌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의 한국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영식.김희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