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제1부 : (3) '미국 주요기업 사례'

'일하기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이 되기 위한 포천 1백대 기업들의 노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주를 뛰어넘는다. 이들은 스포츠센터나 진료시설을 갖춰 종업원의 건강을 책임진다. 사내에 보육 양로시설을 마련해 종업원의 가정일을 보조한다. 종업원을 위해서는 사무공간 안에 텐트와 침낭을 두고 수면을 취하도록 권장하기도 한다. 이익배분의 원칙을 두고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다양화하는 것은 기본적 사항이다. 이같은 노력은 종종 '튀는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이 나타나게 만드는 경영 철학과 기업의 가치체계다. '튀는 행동'의 이면에는 경영자의 철학과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스며 있다. 따라서 한두가지 분야에서 이상이 생기더라도 기업과 종업원간의 기본적 신뢰관계가 유지된다. 미국 휴스턴에 자리잡은 소프트웨어업체인 BMC. 한 무리의 사람들이 회사 내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덩크슛을 연습한다. 허브향기가 짙게 밴 정원에서 요리사는 점식식사를 나눠 준다. 사내에는 은행 가게 세탁소 미용실이 갖춰져 있다. 회사는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고 있으며 공원인 동시에 대학의 캠퍼스 같은 곳이다. BMC는 일하기 훌륭한 일터의 수준을 넘어 살아가기 편리한 곳이다. 먹고 마시고 수면을 취하고 쇼핑을 한다. 회사의 모임을 통해 누드모델을 조각하고 사내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BMC처럼 일터를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는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24시간중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큰 흐름으로 정착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국에서도 기업문화가 독특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다. 최고경영자(CEO)인 허브 켈러가 추구하는 경영철학은 '재미있는 일터'다. 조직의 핵심가치는 사랑이다. 켈러 회장 스스로도 그렇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모든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유머가 넘쳐야 한다. 어떻게 하면 승객들을 즐겁게 해 줄 것인가를 백방으로 궁리한다. 기내에서 승객의 생일축하를 위해 기타를 치기도 하고 승무원이 짐칸에 숨어 있다가 나와 승객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이같은 돌출행동들은 종업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고객만족도 가능하다는 CEO의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존중하며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다면 훈련받은 군인들끼리 근무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1990년 초 미국의 모든 항공사들이 불황에 허덕였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9.11 테러로 많은 항공사들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단 한명의 인력감축도 없었다. 미국사회의 가치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과연 기업 내부는 민주적인가'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기업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킨 기업으로는 페더럴익스프레스가 꼽힌다. 미국 학계의 헌법학자들조차 이 회사의 공정대우보장제도(Guaranteed Fair Treatment)를 연구사례로 삼으며 극찬을 보낼 정도다. 이는 CEO와의 대화채널을 늘 열어놓는 '오픈 도어' 정책에서 더욱 발전한 것으로 종업원과 감독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감독자의 상사에게 불만을 제기하도록 독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5단계의 절차를 밟아간다. 우선 문제점을 직속 상사와 토의한다. 직속 상사의 상사는 문제점을 검토하게 된다. 사업부서장은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면서 해결책을 찾지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5명의 심사위원중 3명은 종업원이 지명한 후보군 중에서 선정된다. 항소위원회도 있다.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도 승복할 수 없을 때는 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인사담당 부사장 등으로 구성되는 항소위원회가 판단을 한다. 페더럴익스프레스의 창업자인 스미스는 지난 1982년 이 제도를 정착시키면서 공정대우보장제도의 내용이 적힌 액자를 만들어 모든 사업장에 내걸도록 지시했다. 이때 내건 액자가 8백여개에 이른다. 종업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불만을 공정하게 해결해 주려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8백쌍 이상의 부부가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명공학회사인 암겐에는 체스 정원가꾸기 족보연구 항공기조립 연설 스킨스쿠버 사회봉사 등 웬만한 대학과 맞먹는 취미 생활반들이 있다. 일하기 훌륭한 기업들이 보여주는 '일터와 가정의 균형' '기업민주주의 가치의 추구' '재미있고 신나는 일터에서 생겨나는 만족' 등은 내부 구성원 간의 신뢰 토대를 굳건히 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