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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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7년의 3차 중동전쟁은 물 때문이었다.
당시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인 단지역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불사한 것이다.
결국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골란고원을 반환하고 대신 단지역을 확보했다.
땅은 내줄 수 있으나 생명줄인 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확연히 드러낸 셈이다.
78년에는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수단과 우간다가 역시 댐건설을 추진하자 이집트가 발끈했다.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은 "어느 나라든지 수자원을 무기화한다면 주저없이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며 전쟁준비를 서둘렀다.
물을 둘러싼 분쟁은 인류역사와 함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수메르인들은 BC 3200년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도시국가를 건설,메소포타미아문명을 열었으나 그후 이 지역을 점령하려는 부족간 국가간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문명의 발상지인 인더스강이나 황하강,나일강유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리 삼국시대에도 한강을 차지하려는 전쟁이 여러차례 있었던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22일은 유엔이 정한 10번째 '세계 물의 날'이다.
장래에 닥칠 인류의 재앙은 물부족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제정됐다.
지난해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세계물포럼(WWF)보고서를 보면 현재 세계 29개국의 4억5천만명이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오는 2025년엔 세계인구의 3분의 1이 식수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물부족국가로 분류된 우리나라 역시 많은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자원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물을 상품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터키는 이스라엘에,프랑스는 스페인에,알바니아는 이탈리아에 물을 수출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수자원이 풍부한 캐나다 오스트리아 그린란드 등은 '물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대체재가 없는 물이 석유보다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물 쓰듯 한다'는 우리 속담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