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예보채 보증 미룬다고 해결되나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요청한 금년도 만기도래 예보채 4조5천억원에 대한 차환발행 보증동의안이 4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동의안이 아직 관련 상임위인 재경위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3월말 만기가 돌아오는 4천7백억원의 예보채는 현금상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예금보험공사가 3월 만기도래분을 상환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채무불이행은 피할 수 있다고 하나 이에 따른 충격은 매우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보의 상환능력이 의심을 받게 돼 84조원에 달하는 기존 예보채의 유통금리가 상승하고 거래가 위축돼 모처럼 안정을 찾고 있는 금융시장이 요동칠 게 뻔하다. 여기에다 '정부보증하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금융구조조정의 기본틀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잔뜩 기대해 왔던 무디스와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은 물론이고 해외매각 등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다급한 예보채 차환발행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야당이 차환동의를 국정조사 문제 및 공적자금 상환대책 발표와 연계시키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굳이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당의 소극적 자세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면서 국정조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등 집권당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해 왔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국민부담을 초래한 공적자금 사용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야당이 정치문제라 할 수 있는 국정조사 문제를 경제문제인 차환동의안과 연계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공적자금을 둘러싼 비리는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야겠지만 동의안 처리지연으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도록 하는 것은 수권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야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물론 공적자금은 차환발행 없이 전액 회수를 통해 상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회수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차환발행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국회는 우선 조속히 동의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동의안 처리지연으로 예보채가 무보증채로 전환돼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금리부담을 초래하고,그나마 인수주체를 구할 수 없어 금융회사에 강제로 떠안기는 상황이 초래돼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