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최도시] (시장 인터뷰) (10.끝) 강상주 <서귀포시장>
입력
수정
'서귀포시가 과연 4만2천명 이상을 수용할수 있는 월드컵경기장을 모두 채울 수 있을까'
인구가 8만6천명인 이 '미니 도시'에 대해 그간 쏟아졌던 의문이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지난해 12월9일 열린 한국과 미국 축구 대표팀간의 평가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이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경기장은 만원사례를 이루었고 경기장 밖에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한국의 남단에 붙어 있는 소도시에서 동북아시아의 스포츠.관광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월드컵을 진두지휘중인 강상주 서귀포시장을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 만난 사람 = 최승욱 ]
-----------------------------------------------------------------
-이번 월드컵은 서귀포에 어떤 의미가 있나.
"서울은 지난 '88 올림픽'이 끝난 뒤 '한강의 기적'이란 찬사를 받으면서 일약 세계적인 도시로 떠올랐다.
또 중국 장쩌민 주석은 오는 2008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베이징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의 보물섬'인 제주도, 그중에서도 국제적 관광도시인 서귀포가 전 세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천혜의 관광자원에다가 월드컵경기장 등 스포츠 시설이 완비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겨울에도 축구 등 야외경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이 곳 제주도 뿐이지 않나"
-월드컵을 맞는 서귀포의 비전은 뭔가.
"스포츠와 관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스포츠.관광 중심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찾고 싶고 그리워하는 '파라다이스'로 만들고 싶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코 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서귀포를 전세계에 홍보하는 것은 물론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시민의식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10년 후에는 제주도민들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것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따라서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을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하다"
-각종 시설을 확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텐데.
"국비 지원과 민간자본 유치를 병행하면 가능하다.
실제로 월드컵 개최도시로 선정된 뒤 전체 월드컵경기장 건설비 1천1백25억원의 30%를 비롯해 총 2천5백억원을 국비에서 지원받았다.
월드컵 이후에는 경기장 수익사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장에는 아이맥스영화관과 수족관, 스포츠 면세점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특히 아이맥스영화관은 이미 미국 모 관광개발회사의 국내 법인이 3천7백5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토지 이용료로 1만달러가 유입됐고 월드컵 이후 잔금이 들어올 것이다"
-제주도 인구는 55만명이다.
투자한 만큼 이익이 나겠는가.
"제주도민만 고려해선 안된다.
1년에 제주도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4백50만명이나 된다.
보통 2박3일간 머물면서 1인당 40만원 이상을 쓴다.
지금도 월드컵경기장에는 하루 2천∼3천명의 관람객이 오고 있다.
예전에 일본 경기장을 구경해본 적이 있는데 관광객 수가 이보다 훨씬 적었다"
-섬이라는 특성상 관광객이 너무 많이 몰리면 항공편이 부족하지 않겠나.
"옳은 지적이다.
월드컵 때 일시에 관광객이 찾아오면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별기를 투입하거나 기종을 바꿔 큰 비행기를 투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정부 차원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축구 열기가 다른 개최도시보다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들이 수준 높은 축구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제주도의 축구가 발전하려면 제주도가 연고지인 프로축구단이 하나쯤 생겨야 한다.
현재 대기업과 시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구단을 만드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월드컵과 연계한 관광산업 육성책은.
"제주도의 전통 생활복인 '갈옷'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가공해 향토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독자 브랜드를 붙일 생각이다.
또 서귀포 중심가의 상설시장 주변에 상가를 조성하고 경기장 주변에는 지역 특산품.유망상품 판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경기장을 관광테마파크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경기장은 천지연폭포와 중문단지 사이에 있어 오가면서 들르기 편하다.
또 겨울철에는 전지훈련팀을 적극 유치하겠다"
-월드컵이 제주도의 지역 경제에 끼치는 효과는 얼마나 되나.
"제주에서 열리는 3개 경기를 구경할 외국인은 7만3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이 경기당 1박2일을 체류한다고가정하면 전체 소비액은 4백10억원 가량 될 것이다.
또 중국 잉글랜드 슬로베니아 한국 등 4개국의 선수단과 기자단이 제주도에 훈련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팀당 10∼30일간 3백∼5백명 정도 머물면서 1백억∼2백억원은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