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이닉스 매각과 주가..趙煥益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주요 쟁점에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해당사자간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남아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하이닉스 매각협상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하이닉스 주가는 요동을 친다는 점이다. 확실히 하이닉스 주가는 연구대상이다. 매각 소식이 하이닉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뭘까. 하이닉스는 해당 주식 보유자 뿐 아니라 모든 주식 투자자들이 연구하는 종목이 됐다. 상장 주식수만 10억주가 넘고,주간 거래량은 1억주에 달한다. 그만큼 하이닉스 주가동향은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가 매각됐을 때의 적정주가는 '얼마',매각 실패로 독자 생존을 추진할 때의 주가는 '얼마'라는 식의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하이닉스 주가를 점치는 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쉬라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실제로 주식을 평가할 때는 기업가치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하이닉스는 기업가치 자체가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매각과 주가 하락의 연관 관계는,'하이닉스가 외국에 D램 사업부문을 매각하게 되면 잔존 법인은 빈 껍데기만 남아 독자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는 없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반면 종합주가지수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많다. 하이닉스가 외국에 매각되면 우리 경제의 큰 걱정 덩어리가 하나 해결되고,금융회사들도 반본전은 챙기니까 국가경제의 신인도가 높아져 전체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만일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 잔존법인의 기업가치가 그렇게 비관적일까. 이 문제는 마이크론이 잔존 법인에 과연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잔존 비메모리 법인의 기술력은 유지될 것인지 등이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또 10억주가 넘는 주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하이닉스 주가도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제반 변수들로 인해 하이닉스 주가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분석에 대해 명쾌한 반론을 제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메모리 분야를 팔고 비메모리 위주로 살아나가야 할 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빈 껍데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간단히 결론지을 문제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10여년을 메모리반도체 경기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생산국'이라는 명예와 반도체가격 등락에 따라 그 한해의 무역수지 및 기업경기가 동시에 출렁거려 '천수답 경제'라는 불명예를 안겨 줬다. 작년에 그렇게 비관적이던 경제전망이 올해 들어 장밋빛으로 바뀐 것도 반도체 가격의 급상승에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할 정도다. 문제는 D램 반도체의 가격등락 주기가 과거 3∼4년에서 거의 1년 단위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도 D램의 국제시세에 따라 1년 주기로 울고 웃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같은 천수답 경제구조를 벗어나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비메모리와 파운드리(Foundry:수탁생산)사업에 주력하게 될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탄생에는 실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미국은 전체 반도체산업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비중이 '15대85'이지만 우리는 정확히 그 반대다. 우리 나라처럼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정보통신산업과 같은 강력한 후방산업을 가진 산업구조는 비메모리반도체 육성에 여러가지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음을 무시해선 안된다. 물론 현재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생산설비 규모와 그동안 충분치 못했던 연구개발 투자만으로는 비메모리 분야의 독자적인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동종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한 비메모리 육성 연합전선이 형성되면 금상첨화겠지만,이것이 쉽지 않을 경우라면 정부의 산업정책적 차원의 배려와 의지가 따라야 할 것이다. 국내 다른 반도체 기업들로서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하이닉스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hecho@macie.go.k .............................................................. r◇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