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춘기자의 Bank Watch] 김승유 행장을 주목하는 이유

김승유 하나은행장(59). 그는 '신.구세대 은행장'의 덕목을 두루 갖춘 금융맨으로 꼽힌다.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이 구세대 은행장의 덕목이라면 합리적 통찰력과 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신세대 은행장의 강점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은행장이 돼 신세대 은행장들이 대거 등장한 지금까지 은행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런 두 세대의 덕목을 겸비했기 때문이라는 덕담을 듣고 있는 것. 김 행장은 특유의 통찰력으로 두가지 '작품'을 일궈냈다. 첫째는 성공적인 외자 유치, 둘째는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하나은행의 덩치를 키운 것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 IFC(국제금융공사)로부터 외자를 유치한데 이어 독일 알리안츠보험의 지분 참여도 이끌어 냈다. 그런가 하면 보람은행과 충청은행을 잇따라 흡수 합병, 자산 규모를 국내 5위로 키워냈다. 이런 김 행장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차 은행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주인공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달 말 은행 주총시즌이 끝나면 금융계의 화두는 합병으로 옮겨갈게 분명하다. 만일 하나은행이 제일은행과의 합병을 성사시킨다면 불안감을 느낀 한미은행과 신한은행의 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타는 등 은행가에 또한번 '합병 회오리'가 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장이 바뀌는 조흥은행과 외환은행간 합병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금융가에서는 점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 행장이 철저한 '흡수합병론자'라는 점이다. "대등합병은 성공하는데 난관이 많은 만큼 한 은행이 다른 은행을 흡수해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때 급진전되는 듯 했던 제일은행과의 합병 협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으로 비쳐지는 것도 김 행장의 이런 원칙 고수가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김 행장은 "현재 56조원인 자산을 1백조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러자면 다른 은행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비단 제일은행만이 아니라 다른 은행과도 언제든지 합병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합병 협상은 양쪽 은행의 주주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시간을 못박을 수 없다"고 말한다. 김 행장의 설명과는 관계없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수시로 흘리고 있다. 김 행장이 이런 '무언의 압력'을 어떻게 소화해내면서 은행권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