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 법무시장] (4) 외국로펌 상륙 '초읽기'

"아직 위기감을 못 느끼는 로펌들이 많아요. 막상 외국변호사들이 직접 개업을 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어요"(율촌 우창록 대표변호사)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스케줄에 따른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오는 2005년께로 임박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오는 2005년께라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방 내용이 정해진 것이 없다"며 "별다른 위기감같은 걸 느끼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법률시장 개방은 국내 법무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태풍의 눈'으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 '송무'까지 개방하느냐가 관건 =시장이 열리더라도 외국변호사들이 '섭외(자문)' 분야에서만 영업을 하도록 제한한다면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외국인 변호사들이 일반취업비자를 받아 국내 로펌에서 업무보조 형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내 로펌들은 개방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로펌들도 한국의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기개방을 요구하면서도 '송무'까지 전부 개방하라는 식으로 욕심을 부리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속셈'은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얼마전 영국 변호사협회장과 같이 식사를 했는데 '한국시장이 개방돼도 직접 송무까지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다면 왜 외국로펌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한국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느냐'고 되묻자 '듣고보니 이상하군요'라고 말끝을 흐렸다"(태평양 이정훈 대표변호사) 우방의 최승순 변호사는 "갈수록 국제업무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제분야 경험이 풍부한 이들과 힘든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형은 '정면승부', 중소는 '줄서기'로 갈듯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이미 변호사 규모와 능력면에서 외국 로펌과 직접 맞설만 하다고 자신한다. '외국고객이 많은 김&장의 영업구조상 시장개방 파장이 가장 첨예하게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법무시장이 개방돼도 외국기업들이 국내에서 법률행위를 하려면 한국법 해석에 정통한 김&장의 스크린(검토)을 받지 않을 수 없다"(신한은행의 권선기 자문변호사)는 반론이 아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장이나 태평양 세종 등 대형 로펌이 전방위 섭외와 송무 능력을 갖춘 '원-스톱 토털 법률서비스' 체제를 갖추기 위해 올해만 10∼20명 가량의 변호사들을 대거 신규 채용하는 이면에는 '법무시방 개방'이라는 외생변수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면 외국로펌들과 직접 경쟁하기는 버거운 중소 로펌들 사이엔 제휴 등을 통해 공존전략 불가피론이 우세하다. 한결의 김응조 변호사는 "시장개방 초기에는 외국 로펌들이 '현지화' 전략을 우선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의 협력 파트너가 되기 위해 중소로펌들은 전문분야에서 특화된 실력쌓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