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그 이후…] (3) 전문약 생산업체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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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락동 아파트단지 주변에 밀집해 있는 병원에서는 의사들의 처방약 목록이 수시로 바뀐다.
이곳에서 약국을 하는 C모 약사(38)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만 왔다가면 의사들이약을 바꾼다"며 "심지어 한달에 한번씩 다른 약으로 교체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의 처방전을 얼마만큼 받아내느냐에 따라 업체간 승부가 갈라졌다.
이로인해 효능이 뛰어난 전문약을 가진 회사가 뜨고 있다.
분업전에는 전문약이 매출의 절반이상인 제약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약값 마진을 노려 영세제약사 제품을 쓰는 동네의원에 전문약을 공급하기가 쉽지않았다.
매년 봄에 실시하는 대형병원의 전문약 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한해 장사를 망치기 십상이었다.
이같은 상황이 의약분업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제일약품 한미약품 한독약품 일동제약 일성신약 신풍제약 근화제약 등이 전문약으로 가장 재미를 봤다.
이들 회사는 전문약부문의 호조로 지난해 매출이 20%이상 늘었다.
분업후 동네의원들이 마진이 큰 영세제약사 제품 대신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장사 약품을 쓰기 시작한 데 힘입은 것이다.
제일약품 한독약품 보령제약 등은 전문약인 오리지널 브랜드를 다수 확보,분업 덕을 봤다.
한미약품 신풍제약 대웅제약은 분업 직전에 전문약 품목을 늘려 성공한 케이스다.
한올제약 근화제약 등은 수요는 많지 않지만 경쟁제품이 별로 없는 전문약 틈새시장을 공략,입지를 다졌다.
영업력을 강화한 것도 이들업체들의 성공요인으로 꼽을수 있다.
이들 업체는 한번에 30여명씩 연 3∼4차례에 걸쳐 영업사원을 뽑았다.
상당수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처방의 대가로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의원에까지 상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소형제약사인 D사 영업사원 김모씨(35)는 "국내 제약사의 대부분이 의사들에게 매출액의 10∼15%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있으며 특히 영세회사의 경우 리베이트를 미리 지급하거나 앰뷸런스 등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약을 납품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리베이트가 매출의 30%에 이르고 있으며 2백∼3백병상 규모의 중소병원 두세곳에 리베이트를 모두 제공하면서 약품주문을 독식하는 '세팅영업'도 하고있다는것이다.
일반 의약품에 매달려온 업체들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문약이 부족하거나 영업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은 지난해 15%(업계 평균)에 못미치는 성장을 했다.
중외제약은 의약분업에 대비한 한국MSD(다국적 제약사)의 판매대행 중지로 타격을 입었다.
중외는 한국MSD의 메바코 티에남 레니텍등을 판매대행,상당한 매출을 올렸었다.
이 회사는 복제 의약품을 내놓았지만 시장확보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은 11.75% 늘어나는데 그쳤다.
종근당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산화한 '퍼스트 제네릭'으로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영업인력이탈,후발 제약사의 공세 등이 겹치면서 의약품 매출을 4%밖에 늘리지 못했다.
일양약품과 동화약품도 일반약 부문의 매출 부진에다 영업력 약화로 매출이 뒷걸음질쳤다.
국제약품도 의약분업에 대비하지 못한 보수적 경영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