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주가론(株價論)

종합지수가 기관 매수를 바탕으로 2년만에 900선을 돌파, 1,000선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일 처음으로 장중 900선을 넘은 뒤 세 차례에 걸친 시도가 무산된 뒤여서 이날 900선 시도가 자칫 무위에 그쳐 시장심리가 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감도 많았다. 개인이 최대 규모의 미수금 청산에 몰려 이틀간 3,500억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차익실현 미련을 버리지 않아 기관의 주도력이 의심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에 자신감이 생기고 유동성 등 자금유입을 기반으로 3월말 수익률 확보경쟁에 나선 기관의 매수 '컨센서스'가 힘을 발휘, 삼전사기(三顚四起)를 일궈냈다. 미국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아직 경기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지난 경기침체와 엔론파장 등의 후유증에 묶여 기업실적 개선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자 한다. 이와는 달리 국내의 경우 부동산 등 일부 버블경계감이 경기과열논란을 부르며 내수 위주의 경기회복 이후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아무튼 지난해 이래 세계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먼저 경기회복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증시 주변자금이 확충되고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 위험선호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 밀레니엄 시대, 주가 1,000선 시대 오나 = 시장에서는 경기와 기업실적 등 펀더멘털 측면이나 자금 수급면에서 향후 상승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900선 돌파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시장에 투영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기관화 장세를 뒷받침하는 자금유입이 증시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의 매수주도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올들어 하루 평균 주식형 펀드 유입자금이 3월중 1,700억원에 이르는 등 자금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대량 매도했으나 지수상승을 이뤄낸 만큼 1,000선대를 향한 상승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1/4분기 기업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 확인되고 3월말을 고비로 수출감소율이 멈추는 신호가 나올 경우 증시안정감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산업생산이나 수출 등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BSI 등 경기심리지표는 오히려 과열논쟁을 불러들일 만한 수준이 예상된다"며 "경기와 수급이 안정돼 기관 중심의 매수가 지수관련주에서 개별종목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900선대에 올라 사상최고치인 1,000선을 바라보면서 100단위 턱을 넘을 때와 달리 심리적 부담과 함께 매물화에 대한 경계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1조원에 육박하는 매수차익잔고 누증, 불안정한 뉴욕증시, 외국인의 차익실현 여부 등을 여전히 확인하면서 저평가된 종목찾기, 수익률 올리기 게임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오현석 연구원은 "가격부담이 점증하고 미국경제의 더블딥 경계감이나 외국인의 차익실현 지속 등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 유동성이 받쳐주고 구조조정 재료가 동반된다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외국인은 4월 이후 매도소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의 경우도 2/4분기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한국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관화 장세, 어디까지 = 최근 장세 주도권을 장악한 기관 매수세의 힘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에 있다. 지난 1999년 대세상승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한 자금유입으로 기관의 '실탄'이 넉넉한 상황이다. 지난 25일 기준 주식형 수익증권 유입액은 한달 전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났다.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3월 말 결산을 앞둔 증권, 보험사들이 '윈도우 드레싱' 성격이 짙은 매수 주문을 넣으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종합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거침없는 상승 추세를 이어감에 따라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관이 결산을 마친 이후에도 매수주체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관 매수세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26일 현재 매수차익잔고는 9,221억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이날 유입된 차익거래를 감안하면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류한묵 차장은 "증시가 상승탄력을 유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수급의 힘이 언젠가는 청산되어야 할 프로그램 매수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4월물 옵션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 모멘텀을 기다린다 = 그러나 수급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 매수만으로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신증권의 나민?투자정보팀장은 "내수과열론 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본격적인 수출 회복 신호가 나올 경우 900선 안착과 함께 수출비중이 높은 종목이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종합지수 900선 돌파 이후의 상승 모멘텀은 펀더멘털에서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까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한 98억6,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일까지 전년동기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던 수출이 감소세로 복귀한 것. 25일 기준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 지난해 5월 이후 25일 집계상으로 처음 흑자를 보였다. 전달까지 수출은 12개월째 감소세를 잇고 있다. 이달중 수출은 지난 1월에 이어 한자릿 수의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음달중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 회복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 삼성전자를 보자 =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의 힘을 '무기'로 한 수급장세에서 경기회복을 받은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조정을 거칠 것인지, 아니면 파죽지세의 오름세로 바통을 넘길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임창규 선임운용역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에서 증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장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외국인 매수세 유입과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의 돌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오는 29일부터 매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증시에 알려진 수치 이상의 1/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펀더멘털과 수급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실적과 직결되는 D램 가격 약세가 추가 상승을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달 대형 PC업체와의 고정거래가격 인상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수기를 맞은 D램 가격이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는 점이 반영됐다. 삼성투신 임창규 운용역은 "삼성전자 개별 기업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D램 가격 하락, 외국인의 비중 축소 등의 악재와 실적호조라는 호재가 어떻게 반영될 지에 따라 시장의 희비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유용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