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변호사 量産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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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라는 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미국이다.
인구의 절반이 변호사이고,워싱턴에서 만나는 세 사람중 한 명이 변호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따라서 변호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소설 에피소드 농담 등은 부지기수로 많다.
1990년대 초 베스트셀러였던 '더 펌(The Firm)'은 온갖 사건을 수완 있게 처리하는 변호사를 다루어 인기를 끌었고,역시 베스트셀러였던 '라이징 선(Rising Sun)'은 일본기업들이 변호사를 통해 미국의 부동산과 기업들을 싹쓸이 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다뤄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변호사가 이처럼 주목을 받는 것은 동경과 선망의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일 게다.
사실 변호사만큼 돈과 명예를 함께 움켜 쥘 수 있는 직업도 드물테니까.
94년부터 1년여 동안 세계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O J 심슨 사건'에서는 자니 카크란이란 변호사가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그 2년후 뜨거운 커피에 사타구니를 데인 스텔라 리이벡 할머니의 소송을 맡아 맥도날드로부터 무려 64만달러를 받아낸 변호사도 각광을 받았다.
변호사들은 이처럼 형사나 민사사건은 물론 기업의 인수및 처분,국제상거래 등에 깊이 관여하면서 분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 수가 많으니 전문화되고,전문화되다 보니 소송의뢰인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엊그제 개업변호사가 5천명을 돌파했다.
10년만에 2배로 증가했고,불과 2년동안에 1천명이 늘어났다.
이같은 급증추세는 사법시험합격자가 95년까지만 해도 3백명이었는데 지금은 1천명으로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외국과 같이 대형 로펌들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증권·금융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연예,교통사고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아직 우리는 국민 1만명당 변호사가 한 명 꼴로 미국의 2백50명에 비해 훨씬 뒤지지만 변호사 수가 늘면서 법률서비스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소송 만능주의는 경계할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