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이공系 위기' 해소비용

요즘 정부의 산업정책 정보통신정책 과학기술정책의 공통된 화두를 꼽으라면 '인력'이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그 해소책을 둘러싸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업들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삼성경제연구소가 '이공계 인력공급의 위기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대응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던져볼 만한 질문이다. 우선 이공계를 기피하는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각종 대책들이 그렇듯이 결국은 이공계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응하여 돌아올 보상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우대책을 취하자는 것인데 이는 달리 표현하면 새로운 '렌트(rent)'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냥 내버려 둘 경우 경제성장의 기반이 무너질 일이라면 사회적 명분은 충분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렌트면 될까. 이는 상대적이다. 각 부문이 정상적 이윤만 기대할 정도로 경쟁이 충분한 사회라면 약간의 렌트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법대 의대 공무원 등에 우수한 인재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이유를 생각하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국내적인 차원에서만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공계 위기는 우리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외부적으로는 국가간 인력쟁탈전의 가장 큰 요인이다. 사실 소련 동유럽 등 구(舊)공산권 국가들의 체제붕괴와 더불어 발생한 심각한 과학두뇌 유출은 서방의 이런 사정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지금 인력을 데려가려는 국가와 이를 막아보려는 국가간의 유인책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와 달리 인력의 이동성이 높아져 '인력수지'흑자국(인력유입이 인력유출보다 많은 나라)과 적자국 사이의 신경전이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이런 국제적 상황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어떻게 될까. 외국인 투자만큼이나 인력에 대한 흡인력이 강한 미국과 같은 경우라면 이공계 위기 해소비용을 오히려 상당부분 덜게 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이공계 기피와 인력유출이라는 이중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상당한 비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지금 나서는 것이 비용을 훨씬 절약하는 길이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