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장홍선 <그린화재 사장> .. "수익 낼때까진 무보수"

부실 손보사로 전락했던 옛 국제화재를 인수한 뒤 '그린화재'로 이름을 바꾼 근화제약 장홍선 회장(63). 그는 최근 자신의 회장 직함을 모두 버렸다. 지난 1990년 극동도시가스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이후 10년 넘게 유지해 온 직함이었다. 회장 직함을 스스로 뗀 장 회장은 지난달 29일 '그린화재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그린화재는 오너의 책임경영체제로 4월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게 됐다. 그가 호칭을 깎아 내리면서까지 일선 경영에 뛰어든 것은 그린화재를 단시일 내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근화제약 극동유화 진산에셋 등 계열사 경영을 줄곧 전문경영인에 맡겨 왔다. 자신은 외자 유치나 신사업 진출 등을 챙겼다. 지난 2월 옛 국제화재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삼성화재 출신의 손해보험 전문가인 강태흥씨를 영입, 경영을 맡겼다. 그러나 회사 정상화의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문경영인과 시각 차이를 느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는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그린화재와 같이 하겠다고 공언했다. 회사가 수익을 낼 때까지는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린화재를 반석위에 올려 놓으면 곧바로 은퇴할 계획이다. 그는 방향을 제대로 잡고 4∼5년 열심히 뛰면 그린화재가 수익성이나 주식가치면에서 업계가 부러워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융사인 그린화재 대표이사를 맡기 위해 그동안 맡았던 근화제약 극동유화 진산에셋의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동안 세 회사에서 주던 연봉 4억8천만원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됐다. 오너인 자신이 책임지고 경영하겠다고 나선 만큼 임직원들도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않겠느냐는게 그의 바람이다. 장 사장은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 손보사가 활로를 모색하려면 철저히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 동부 LG화재 등 대형사와 같은 분야에서 경쟁해서 승부를 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새로 시장이 형성되는 곳에 한발 앞서 진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를 걸어 내실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정상화를 위한 사업재구축 단계에서는 임직원과 경영자,노사간 똑같은 목표를 갖고 뛰는지의 여부가 결국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은 솔선수범할 각오가 이미 서 있다. 그린화재 사장으로서 때론 영업 일선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보험사 사장이면 오너이든 전문경영인이든 책상에서 결재만 할 수는 없다. 경쟁이 치열한 영업현장에서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야 할 때도 있다. 장 사장은 극동정유를 경영할 당시 국제화재 창업주인 고(故) 이필석 회장이 자신의 사무실을 직접 찾았을 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전했다. 당시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제는 자신이 보험사 사장으로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장 사장은 경영 책임을 맡은 만큼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데 경영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보험 영업과정의 손실을 줄여가면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자산은 철저히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기로 했다. 고객이 맡긴 돈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장 사장은 손보사를 인수하기 전에도 여유자금이 있으면 위험성이 적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왔다. 그는 생소한 보험분야에서 실천 가능한 경영 전략을 찾기 위해 나름의 '공부'에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다. 그래도 재보험이나 장기보험 쪽은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고객은 물론 임직원에게 신뢰를 심어 주는 일도 그가 새로 맡은 책무다. 그는 필요하다면 자본확충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오너인 자신이 경영 전면에 나섬에 따라 기업의 신인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임직원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는 자신이 보유 중인 근화제약 주식 일부를 취득 원가에 넘겨줘 임직원들에게 자본 이득을 거두도록 했던 경험이 있다. 그린화재 임직원에게도 이런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장 사장이 그린화재의 변신을 자신하는 것은 풍부한 선진 경영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1년부터 2년 동안 영국 런던셸석유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신사업에 진출하고 부실사를 인수해 우량사로 변신시킨 다양한 경력이 있다. 그래선지 장 사장은 유연하게 사업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번 시작한 사업이라고 해서 끝까지 고집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되면 높은 값을 받고 회사를 넘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장 사장은 현대그룹과는 사돈관계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번째 동생인 정신영(작고)씨의 부인 장정자씨의 동생이다. 현대정유 정몽혁 사장의 외삼촌이다. 장 사장은 91년 자신이 소유하던 극동정유 지분을 현대측에 넘겼다. 주식을 팔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고 한다. 당시 상처가 컸던 탓인지 그후 기업을 팔고 사는 일이 조금은 수월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다양한 사업 이력을 통해 경영 자질을 축적해 온 장 사장이 옛 국제화재를 어떻게 정상화시킬지 관심거리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약력] 1940년 서울생 64년 연세대 상경대 졸업 69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 졸업(MBA) 71년 영국 런던셀석유 기획실 근무 73년 극동정유 이사 77년 극동정유 부사장 80년 극동정유 대표이사 사장 81년 극동도시가스 사장 89년 석유협회장 90년 극동도시가스 대표이사 회장 93년 한국마크로 대표이사 회장 99년 근화제약 대표이사 회장 2001년 4월 연세대 상경대학 동창회 회장 2002년 3월 그린화재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