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12) '여성 행원 약진' .. 지점장 진출 '우먼파워'

신한은행 부평금호타운지점의 유희숙 지점장(41)은 행내에서 알아주는 '스타' 지점장이다. 지난해 상반기 점포별 실적평가에서 신한은행 창립 이래 여성 지점장으로선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다. 부평금호타운지점은 6개월 동안 가계대출이 1백20% 늘어난데 힘입어 최근 여신 규모가 2천억원을 넘어섰다. 개점 4년 만에 이 은행 2백86개 개인금융 전담점포 가운데 여신액이 가장 많은 지점으로 성장했다. 집을 사는 사람이 계약때 잔금을 은행 대출로 해결할 수 있도록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 다른 은행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유 지점장의 아이디어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었다. 은행가에서 '우먼파워'가 거세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던 은행에서 여자 행원들이 약진하고 있다. 유 지점장의 경우에서 보듯 그 배경은 실적과 능력이다. 국민은행 동아미디어지점 임영신 지점장(41)은 은행권에서 대표적인 여성 재테크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95년부터 재테크 분야에 특화해 금융연수원 전문과정과 금융상담사(FA) 과정 등을 거쳤다. 금융 부동산 채권 등 재테크 전반에 관한 고객상담이 주 전공이다. 1998년에는 국민은행의 콜센터 구축작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유 지점장과 임 지점장이 은행에 첫 발을 내딛던 1980년대 초만 해도 여행원들은 입행과 함께 서약서를 써야 했다. '결혼하면 은행을 떠난다'는 내용. 이젠 이같은 서약서는 찾아볼 수 없다. 최소한 제도적으로 남녀 차별은 없어졌다. 담당 업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승진심사 성적도 비슷하다. 최근 50명의 직원을 대리로 승격시킨 하나은행의 경우 여행원이 20명에 달했다. 여성 지점장(출장소장 포함) 수도 크게 늘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당시 시중은행의 여성 지점장 비율은 1% 안팎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최고 6.4%(하나은행)까지 높아졌다. 지난달 2백62명의 신임 지점장을 발령낸 국민은행은 31명을 여성으로 발탁했다. 이 은행의 여성 지점장 수는 25명에서 56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여성 지점장 비율도 5%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아직 남아 있다. 수신업무는 여성, 여신업무는 남성이란 식의 등식은 여전하다. 여신의 경우에도 여행원에겐 가계대출만 주로 맡긴다. 기업고객을 만나며 외근을 하는 기업대출은 대부분 남자 행원의 몫으로 남아 있다. 여행원 스스로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중은행의 인사부장은 "꼼꼼하게 일처리하는 부분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팀 전체를 위해 협조하는 자세가 때로는 부족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