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데...

부패방지위원회가 전·현직 고위 공직자 3명을 인사청탁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또 전직 국회의원과 대학교수 및 총리의 아들 등이 별다른 죄의식없이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우다가 구속됐다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 병역비리와 각종 게이트 등에 이어 사회지도층의 도덕 불감증이 또 한차례 드러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현직 차관급 검사가 전 검찰총장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며 인사청탁을 했다는 사건만으로도 생각해볼 점이 한둘이 아니다. 비리를 바로 잡아야 할 사정기관마저 그런 꼴이란 점에서 충격적이기만 하다. 대마사범으로 구속된 어느 인사는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다"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반발했다고 하니 도덕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현행법은 물론이고 세계보건기구도 대마초를 마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터에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일이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툭하면 불거지는 것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 문제이고 보면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정신적 뿌리인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확립은 우리의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도층이 될수록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지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약속과 같은 것이다. 우리 속담에서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지도층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이 도덕적 의무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규범이라 할 법마저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면 보통일이 아니다. 그들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드러난 범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다스려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앞으로도 부패방지위의 고위공직자 비리 고발이나 검찰의 사정활동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국가기강과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 차원에서 성역을 둬서도 안되고 외부의 입김이 작용해서도 안될 것이다. 동시에 공직자 비리근절을 위한 정부차원의 계도활동도 강화돼야 마땅하다. 사회지도층도 차제에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과 사회적 역할, 그리고 도덕적 의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 발 빼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국민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줄 뿐이다. 사회지도층이 법 이상의 도덕적 의무를 다할 때 리더십이 저절로 생겨날 것이며, 그것은 건강하고 활력에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주춧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