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전교조 파업참여의 '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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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산업 노조원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데 교육노동자인 교사가 이를 가만히 앉아 지켜볼 수만은 없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3월28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사무실.전교조 이수호 위원장은 2일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맞춰 전국의 조합원 교사 9만여명이 조퇴투쟁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일단 조퇴투쟁은 하루로 잡고 있지만 정부가 발전파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각급 학교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에 따라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지역별로 진행되는 발전노조파업에 동조하는 집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또 조회,종례시간이나 사회 과학 등 발전 산업과 관련있는 과목 수업시간엔 학생들에게 정부가 추진중인 발전산업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수업 파행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총파업에 돌입하면 수업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학교 수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대한 자제하는 선에서 조퇴투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1.5∼2명 비율로 교사들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 교사가 조퇴를 하더라도 비조합원이 수업을 진행하면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왜 선생님들까지 파업에 동참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이 위원장은 당당했다. 그는 "발전산업 민영화는 단지 발전노조원의 생존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공교육의 사유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터라 교사들도 '강 건너 불'처럼 여기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전교조의 조퇴투쟁 방침으로 학교별로 크든 작든 수업차질이 생길게 뻔하고 결국 어른들 싸움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고교 재배정 사태,'0교시'수업,보충수업 문제 등이 잇따라 터져나와 학부모등 교육 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최후보루인 선생님들마저 집단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교실을 등지는 최악의 사태가 빚어질 참이다.
우리 교육의 앞날은 황사 날씨보다 더 흐려보인다.
홍성원 사회부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