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권기자의 벤처열전] 넷피아의 한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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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한글주소 서비스를 하는 넷피아의 이판정 사장.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한글에 대한 그의 강연을 들어야 한다.
한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사업 아이템도 한글이다.
지금까지 네티즌들은 웹 브라우저의 인터넷 주소란에 영어로 된 주소를 입력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하지만 넷피아는 주소란에 한글을 치면 해당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경제'를 입력하면 한국경제신문의 홈페이지 화면이 뜨는 식이다.
인터넷은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한글 인터넷은 그가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다.
현재 네티즌들이 하루 1천만번 정도 한글로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다.
외국업체 한 곳도 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 신세계가 열린 것과 같다"고 이 사장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등 북한과 관련된 단어와 세종대왕 등 한국 역사 및 문화와 관련된 단어들을 미리 확보했다.
한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단어를 외국 서비스업체에 빼앗길 수 없다는 신념에서다.
북한 관련어는 북측이 원하면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부터 매출액의 10%를 사회에 기부할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3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5천만원을 기부했다.
한글을 이용해 돈을 벌면서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순수한 마음에서다.
통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 매출액의 3%,한글관련 학회나 협회에 2% 등을 내기로 했다.
넷피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백억원이니까 10억원을 사회에 기증하는 셈이다.
그는 "한민족의 자산인 한글을 사업에 이용하는데 이 정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말이 하나 더 있다.
인터넷 한글주소 서비스는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한글사업을 어떻게 사기업 혼자서 할 수 있느냐는 논리다.
나라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봄날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