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2) '로열 더치 셸'

세계적 석유 메이저인 로열 더치 셸(Royal Dutch-Shell). "부패 없는 청렴한 분위기 속에 경쟁하자"가 이 기업의 모토다. 이를 위해 매년 뇌물에 관한 내부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모두 6건의 독직사건이 적발돼 7명이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 명단에는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해고된 사람도 들어 있다. 이 사람은 회사 업무를 위해 석유 관련 로비단체에 정치자금을 냈다가 적발됐다. 물론 정치자금 액수는 1만달러가 채 안되는 금액이다. 그러나 "정당이나 정치조직에 자금 제공을 금지한다"는 사규를 위반한 것이 해고 사유다.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정치가나 관료에게 주는 것은 결국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인상을 초래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이 회사의 회장인 마크 무디 스튜어트씨는 "우리는 책임 있는 비즈니스가 경제발전을 증진시킨다고 믿는다. 우리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및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가 각 이익집단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사회복지사업에 훨씬 열심이다. 셸은 지난해 나이지리아에 6천만달러를 투자, 30개의 병원을 설립했다. 8만명의 농민들에게 농업지원금을 대주었다. 산업발전을 위한 소규모 벤처창업도 돕고 있다. 이른바 필란스로피(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유엔이나 국제투명성기구(TI) 등의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 유엔이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펼치는 반부패운동인 '글로벌 컴팩트'에 후원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셸은 2020년의 지구촌 시나리오를 만들어 전직원에게 배포했다. 핵심 주제는 역시 투명화다. 국제화 사회에서 다국적 기업은 윤리적 모범을 보여야 현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