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투자자 울린 증권사 상술

샐러리맨 정모씨(35).정씨는 지난해말 여윳돈 1천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정씨가 최근 며칠새 원금손실을 보는 낭패를 봤다. 증권사를 원망해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주가가 900선을 뛰어넘는 등 증시가 뜨거워지자 그는 다시 5백만원을 갖고 투자에 나섰다. 증권계좌에 입금한 다음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주문가능금액'이 5천만원으로 표시됐기 때문."5백만원을 넣었는데 살 수 있는 한도가 5천만원이라니…' 뭔가 잘못됐다 싶어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올들어 위탁증거금률이 낮아져 대용주식(보유주식)이 있으면 현금의 10배까지 주문(미수주문)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5천만원어치를 사 10%만 먹고 팔면 5백만원,5%만 먹어도 2백50만원' 이런 생각에 정씨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전 코스닥종목인 H사 주식을 5천만원어치 매수했다. 불행히도 H주식은 그날 8.5% 하락했다. 평소 같았으면 '손절매(損折賣)'했을 그였지만 손실규모(4백45만원)가 너무 커 차마 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음날에도 하락하자 정씨는 어쩔 수 없이 H주식을 처분했다. 이틀간 손실금액 6백50만원(13%).원금(5백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 이틀만에 날아가버린 셈이다. 정씨는 자신이 과욕을 부린 것도 잘못이지만 증권사 상술이 더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증거금률 인하를 '서비스 제공(투자기회 확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매회전율을 높여 수수료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술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올초 4천억원대였던 미수금 잔고는 최근 1조2천억원을 넘는 등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깡통계좌'까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장진모 증권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