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日신입사원들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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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판에 박은대로 일을 처리하도록 요구하면 듣지 마세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밀어붙이고 책임만 상사에게 돌리십시오…"
1일 일본 최대의 금융그룹으로 출범한 미즈호가 새 간판을 올리기 직전 치른 신입사원 입사식.1천1백여 새내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단상에 오른 마에다 미쓰노부 미즈호홀딩스 사장의 입에서 '폭탄선언'이 나왔다.
준비한 인사말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을 들려주고 싶다고 전제한 그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들이 새 회계연도에 들어간 지난 1일 일본에서는 연례행사로 올해도 신입사원 입사식이 곳곳에서 열렸다.
신문과 방송은 입사식 풍경과 새내기들의 포부,각오를 어김없이 단골메뉴로 취급했다.
사회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에 대한 환영의식이니 만큼 입사식은 희망 가득한 메시지와 축하 인사가 넘쳐 흘러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회사에 대한 반역이다.
모든 일에 비판 정신을 가져라"(나니와 유이치로 이토추 사장) "살아남는 것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자다"(오하시 요지 ANA 사장)
신입사원들이 신분증을 받기도 전에 신사고와 분발을 촉구하는 사장들의 주문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백16개사 사장들의 인사말을 분석한 결과 4할 이상의 최고경영자가 키워드로 '도전'을 요구했다.
3할 이상이 '스피드'를 키워드로 꼽았다고 덧붙였다.
비틀거리는 경제와 함께 일본 기업들의 명성과 위상은 국제 무대에서 크게 퇴색됐다.
제조업 공동화는 물론 천하 제일을 뽐냈던 반도체산업마저 기로에 몰릴 정도로 경쟁력이 추락했다.
그리고 이렇게 오그라든 원인 중 하나가 변화를 등한시하고,튀는 행동을 용납지 않았던 회사 분위기에 있었다는 것을 사장들은 깨닫고 있다.
새내기들에 대한 당부는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 다름 아니다.
사장들의 당부와 각오가 일본기업의 얼굴을 과연 어떻게 바꿀지 관심거리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