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과 실적

대세상승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게 표출되고 있다. 다소 불안한 수급장세가 전개되고 있지만 '기다리는 조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대기매수세가 웬만한 악재는 빨아들일 만큼 탄탄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 분기 실적을 재료로 상장 이래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경기 전체 또는 개별 기업의 실적개선으로 주가가 크게 레벨업되는 본격적인 실적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종합지수는 재탈환한 900선 다지기를 시도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극적인 파업 철회로 증시 외부 악재가 완화된 가운데 기관의 매수 여력이 확인됐다. 기술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이 다시 지지력을 과시했다. 다만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는 '널뛰기 장세'가 연출돼 시세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 등을 감안, 1/4분기 실적 개선주, 수출관련주 등으로 관심주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 삼성전자, 사상 최고가 = "지수가 상승하려면 삼성전자가 올라야 한다." 삼성전자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당연한 말이지만 2일 증시는 이를 실감했다. 삼성전자가 급등하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종합지수 900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날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6.55% 폭등한 39만8,500원을 가리켰다. 이는 지난 2000년 7월 13일 39만4,000원을 기록한 이래 상장 후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분기 순이익이 당초 알려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1조7,000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집중적인 매수세를 받았다. 이밖에 자사주 매입,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강세, D램 가격 반등 등 호재가 어우러졌다. 삼성전자가 비교적 가볍게 최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40만원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적정주가 100만원을 외치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물론 지난 2000년 7월에도 들리던 소리다. 2일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합친 시가총액비중은 19.34%에 달한다.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계단식 상승을 이어가며 증시에 주도주와 더불어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이 실적을 선반영한 점을 감안, 비수기를 맞이한 D램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투자에 임하는 게 유리하다. '매수 후 보유' 전략은 무리가 없지만 단기관점으로 오름세에 편승하는 것은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 바람직한 대처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 치열한 수급 공방 = 삼성전자가 주도주로 떠올랐다면 매수주체 역할은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최근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기관은 대량의 프로그램 매수세를 바탕으로 지수를 끌어올렸다. 증시는 당분간 수급장세가 연장될 공산이 크다.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이동하기에는 수출회복, 세계경기회복 속도 등 확인해야 할 변수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종합지수 900선 안착을 놓고 기관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매매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부활절 연휴를 마친 외국인은 매도우위로 등장했지만 적극적인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개인 관심은 코스닥에 쏠려 있다. 지난달 중순 이래 900선을 돌파하면 소극적인 매매 패턴으로 돌변했던 기관이 이번에는 적극적인 매수세를 유지할 지가 관건이다. 증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주춤해진 가운데 매수차익거래잔고와 미수금이 부담스러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언제라도 매물화될 수 있는 점은 수급장세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관 매매가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수선물을 6,000계약 가까이 순매수한 외국인의 선물시장 매매 패턴과 그에 따른 지수선물 움직임, 그리고 시장베이시스 동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