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허가제' 도입 안된다 .. 金榮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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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榮洙
인권 탄압,임금 착취,송출 비리 등 외국인력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외국인 단순근로자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 1천1백29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연구원이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들이 한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국보다 높은 급여수준이 42.4%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외국인근로자들을 체임 노동착취 등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것은 왜일까.
현재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산업연수생들은 지속적인 제도개선으로 권익보호 또는 구제장치가 충분히 보장돼 있어 임금을 주지 않는다든지,가혹행위 등은 없다.
문제는 '불법체류자'들에게서 발생한다.
일부 악덕고용주들이 이들의 신분상 불완전성을 이용해 착취하는 것이 마치 모든 외국인근로자들이 나쁜 대우를 받는 것처럼 인식하게 된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되면 여러 가지 신분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데도 왜 그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불법체류자 처리에 대한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데 있다.
우리 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의 1차적인 입국목적은 무엇인가.
그들은 자국보다 적게는 10배,많게는 40배를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온다.
즉 우리 나라에 들어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할수록 유리하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오래 체류해서 많은 돈을 벌어가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입국 목적이다.
우리 나라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부단속이 다른 나라에 비해 미온적이어서 검거돼 추방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연수생으로 들어와 연수를 받다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도 적발될 확률이 낮다.
즉 일단 입국만 하면,합법적 체류기간인 3년이 지난 뒤에도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 한국이 선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동포인 중국 교포들에게는 다른 정책수단을 강구해서 그들을 보호해야 하겠지만,다른 나라 출신의 불법체류자 및 악덕고용주들에게는 강력한 단속을 펴야 인권문제로 인한 외교적 마찰도 피할 수 있고,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소모적 논쟁도 피할 수 있다.
노동부에서는 현재 외국인력 도입의 이원화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즉 '고용허가제도'를 서비스·유통 등 비제조업분야에 도입하자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에게 외국인을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을 허가해 외국인을 일정기간 고용할 수 있게 허가하는 제도다.
겉 내용은 현행의 '산업연수제도'와 비슷하지만,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장엔 큰 차이가 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외국인근로자는 정식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부여,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받게 된다.
즉 집단행동,노조설립 등을 할 수 있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게 돼 노사불안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외국인근로자의 요구는 임금인상 뿐 아니라 가족동반 주택 영주권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은 1960년대 개발기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독일의 예에서 볼 수 있다.
이같은 가능성들은 우리에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할 것이다.
또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중소제조업은 고용허가제로 인한 비용상승으로 '설상가상'이 될 것이다.
노동부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불법체류자, 송출비리, 인권문제 발생 등 관련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에서도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앞의 조사 결과처럼 우리 나라는 불법체류자가 활동하기 가장 좋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고용허가제까지 도입하면 불법 합법 외국인근로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력정책은 통일 후 우리와 함께 할 2천만 이북 동포들을 고려해 입안해야 한다.
통일이 이루어진 뒤 이북동포들과 외국인근로자들간의 갈등이 일어날 때 누가 외국인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것인가.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왜 우리 나라를 가장 선호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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