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강한가] (8)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 고루 이익

"삼성전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96년에 급락한 16메가 D램 가격이 97년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이건희 회장은 식기세척기와 카네비게이션용 칩에 이르기까지 각종 비메모리반도체로 사업을 다각화하기를 원하고 있다"(비즈니스위크 1998년3월23일) 지난 97,98년 외환위기 당시 서구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주력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이외의 사업을 포기하라고 권고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론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핵심업종을 제외한 사업을 모두 처분하라고 했던 것. 그러나 이제는 그들의 시각이 달라졌다. 오히려 반도체 통신 디지털미디어 가전 등 각 사업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휴대폰 단말기와 디지털 가전부문 등으로 이익구조를 분산시키는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포브스 2002년 1월)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세계 IT(정보기술)업계의 극심한 실적악화속에서도 삼성전자가 2조9천5백억원의 이익을 내자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지난 97년부터 수출되기 시작한 휴대전화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캐시카우(cashcow)'로 등장한 사실. 주력인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0년 6조원대에서 지난해 6천9백억원으로 급격히 줄었지만 휴대전화 부문은 7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2천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 부문은 9조원 매출에 1조3천7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전체 영업이익 2조3천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디지털미디어(2천9백억원),생활가전(1천8백억원) 등도 고루 이익을 냈다. "반도체가 돈을 못 벌면 다른 부문이 벌어주는 사업포트폴리오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라고 윤종용 부회장은 설명한다. 전병서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디지털가전과 휴대전화가 반도체 경기침체 때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입증된 것"이라며 "방향을 잘 잡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의 내용을 뜯어보면 각 부문이 고루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휴대전화는 업계 1위인 노키아를 비롯 대부분의 회사들이 순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이익을 내 더욱 빛났다. 반도체의 경우도 주력인 D램 시장이 사상최악의 침체를 겪고 대부분 업체들이 큰 폭 적자에 시달린데 비하면 탁월한 실적을 올린 셈이다. D램 업계 2위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2월말까지 3개월동안 3천40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을 비롯 5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 세계가전업체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생활가전분야에서도 1천8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겨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5.8%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다. 사업구성이 유사한 일본기업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3월말 끝난 2001년 결산결과 마쓰시타와 NEC 후지쯔 도시바 등 일본의 종합전기전자 회사들은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종합전기전자 5사의 경우 반도체의 이익률이 2000 사업 연도 16%에서 지난해 -19.9%로 크게 악화되고 통신기기는 9%에서 -1.9%로 악화된 탓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전체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 게임기 덕분에 겨우 적자를 면한 일본의 간판업체 소니의 지난 연말까지 9개월간 이익률 2.8%를 크게 웃돈다. 게임기 영상 금융 등을 제외하고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자사업만 계산하면 소니의 이익률은 1.2%로 떨어진다. 이는 삼성전자가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면서 각 부문이 내부적으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해 핵심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결과다. 가전의 경우만 해도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 경쟁력이 있는 4개 품목에 집중하고 나머지 소규모 품목들은 분사 등의 형태로 구조조정을 했다. 또 방위산업용 전자사업,전력용 아날로그칩 사업 등을 모두 분사하거나 해외에 매각 또는 합작했다. 한 회사의 울타리 안에 있는 반도체와 통신 디지털가전은 "단순히 경기를 완충하는 역할을 넘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전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휴대전화사업도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기술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40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칩과 휴대전화용 디스플레이 컨트롤러칩 등의 비메모리,플래시메모리와 S램 등 메모리를 반도체사업부에서 지원했다. 반도체 사업부로서는 PC에 주로 의존했던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효과를 얻었다. "같은 회사인 만큼 휴대전화의 시스템에 대한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임형규 비메모리사업담당 사장은 말한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간 협력의 결과물들을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DVD플레이어와 디지털TV,HDTV에는 자체적으로 공급한 칩들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또 올해초 출시한 휴대용PC '넥시오'에는 삼성의 CPU가 인텔의 CPU를 대체할 전망이다. 휴대전화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통신용 모뎀칩의 수준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퀄컴사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반도체 통신 가전 컴퓨터 디스플레이 등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디지털 제품들이 융합되는 '디지털컨버전스'시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윤 부회장은 말한다. 특히 각종 가전제품과 정보기기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홈네트워크,오피스네트워크,모바일네트워크시대에는 삼성전자의 위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윤 부회장은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제품의 융합이 효과를 내면서 해외전문가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한 유명 컨설팅업체의 대표는 "미국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전략에서 무형자산과 네트워크 융합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사업포트폴리오 자체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는 지난 8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승계한 직후 종합가전회사이던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을 합병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당시 "기존 가전제품의 다기능화와 고부가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반도체와 PC 가전 등의 기술을 통합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결단을 내렸다. 특별취재팀 = 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 강현철, 이익원, 조주현, 김성택, 이심기, 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