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유동성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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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이 개인 매수를 불러들이면서 종합지수가 25개월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상장 27년만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40만원을 돌파했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기술주 실적 경고 속에서 급락하는 것과는 달리 1/4분기를 결산한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면서 종합지수의 상승편향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관련주들의 수혜가 예상되고 은행 등 금융주가 다시 꿈틀하는 등 펀더멘털 장세가 유동성을 모으며 강한 '증시 드라이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개인을 중심으로 집중됐다"며 "경기와 수급면에서 안정감을 보이고 있어 단기 숨고르기 이상의 지수조정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인수 팀장은 "삼성SDI를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업종대표 우량주들이 최고치 경신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며 "가격모멘텀이 생겨나는 은행이나 실적이 부각되는 종목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종합지수 25개월 최고치 경신 = 3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3.25포인트, 1.46% 오른 918.59로 마감, 종가기준 연중최고치이자 지난 2000년 2월 11일 953.22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미국 나스닥지수가 기술주 실적 경고 속에서 3% 이상 급락하자 900선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개인 매수가 지속적으로 유입하면서 장후반 919.89까지 상승, 지난 2000년 2월 10일 941.23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닥지수는 87.87로 전날보다 0.55포인트, 0.62%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 경고로 차익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되면서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15.55로 전날보다 1.50포인트, 1.32% 상승했고 시장베이시스는 플러스 0.76으로 콘탱고가 확대되며 마쳤다. 오전중 112.35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개인 매도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수급상황이 크게 나아졌다.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후반 매수가 급증하면서 순매도 규모가 9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프로그램 매도는 비차익 2,140억원을 위주로 2,925억원이 출회됐고 매수는 비차익 1,410억원을 중심으로 2,071억원이 들어왔다.
거래소에서는 개인이 2,604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매도에서 109억원의 순매수로 전환했다. 보험이 543억원을 순매수하고 투신이 109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전날의 두배에 달하는 1,764억원을 순매도했다.
업종별로는 화학주가 5% 가까이 급등하면서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운수장비 3%, 은행과 음식료업이 2%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끌었다.
은행권의 한 펀드매니저는 "시장의 축이 삼성전자와 화학업종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화학주의 경우 경기상승과 유가상승으로 가격상승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사태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 정유 관련주는 오르는 반면 원유를 많이 쓰는 항공주 등은 떨어졌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개인 매수가 집중되면서 장후반 상승세로 전환, 4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막판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KT, 한국전력, 포항제철, LG전자 등이 상승세로 전환하거나 보합으로 낙폭을 좁혔다.
거래소에서는 상승종목이 434개로 하락종목 345개를 앞섰다. 상한가가 38개였고 하한가는 6개, 보합이 45개 종목이었다. 코스닥에서는 하락종목이 426개로 상승종목 307개보다 많았다.
◆ 경기상승세 지속, 기관 매수력 점검 필요 = 국내 경기상승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기대감이 연일 최고수준에 와 있다. 중동전 확전 가능성이나 국제유가가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상승 우려감 속에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자금이동이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경련이 발표한 4월중 BSI지수가 140.8로, 전달 141.9의 사상최고치를 깨지는 못했으나 '고공플레이'가 지속되는 등 체감경기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증시 한켠에서는 응집력을 분산시킬 만한 요인도 상존, 가격부담이 어떻게 소화되고 증시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기관화 장세가 이어질 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급면에서 미국 나스닥지수가 1,800선지지 여부가 확인되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좀처럼 차익실현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기관도 3월말 결산을 넘기면서 보험이 매수에 나서고 있으나 여타 증권과 투신의 경우 보유주식에 대한 차익실현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지난 3월말로 장기증권저축이 마감됨에 따라 주식형 펀드나 고객예탁금 등 증시로 자금이 지속 유입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단기 급등한 데다 기관화 장세의 근거인 자금력이 이전만큼이나 빠르게 시장으로 유입될 지 점검할 때이다.
아울러 기관의 입장에서 비차익 위주의 매수세가유입되는 와중에 4월중 옵션 만기일이 다음주로 바짝 다가옴에 따라 선물시장의 변동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화 여부에 따라 변동성을 체크해야하는 상황이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향상과 자사주 매입에 따른 기대감이 강력하고 후발주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이면서도 "그러나 4월 옵션 만기에 따라 3,000억원 가량이 청산될 것으로 보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과 관련, 원유 투기매매가 유가상승을 이끌고 있어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또 아직까지 국제금융시장도 크게 요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 전종우 애널리스트는 "지난 9.11 사태 때보다 오펙(OPEC)의 공급규모가 적다"며 "감산을 통한 유가 급등세는 지속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