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걱정스럽기만 한 국제 원유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몹시 걱정스럽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서 촉발된 최근의 유가 급등은 그 속도가 가파르고 중동사태도 당장 해결될 기미가 없어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우리를 더욱 긴장시킨다.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는 지난 2일 한때 28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연초보다 35%나 급등한 것으로 물가억제선을 3%로 잡으면서 연평균 유가를 20달러대 초반으로 내다본 정부나, 경영계획을 짜면서 20달러대 중반으로 전망한 기업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현재의 유가는 9·11테러 사태 이전 수준이며,석유 무기화를 내세우고 있는 이라크의 주장에 세계최대 원유매장국인 사우디가 호응하지 않고 있어 오일쇼크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도 없지 않다. 또 경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며 기업들도 견딜만한 수준이란 견해도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전쟁상황은 언제 어떻게 번져갈지 예측하기 어렵고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넘어서면 물가불안,무역수지 악화등 현실적인 압박은 물론 심리적 동요까지 가세할 것이란 점에서 우리로선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산자부가 4일 대책회의를 열어 유가상승 단계별로 비축유 방출과 유가완충자금 투입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대응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만 오면 되풀이됐던 차량10부제 운행같은 땜질식 처방이나 유가인상분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안기는 식의 대응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석유류의 탄력세율을 활용해 정부가 물가상승 압력을 흡수함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노력은 무엇보다 긴요하다. 장기적으론 해외자원 개발이나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 개편 등 다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