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회의시간 .. 정정태 <티지코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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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태
벤처기업에서는 크고 작은 회의가 많다.
벤처기업의 비즈니스모델과 기술개발의 방향은 기존에 익숙해져 있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가 많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필요하다.
사안별로 하루에도 몇 번씩 모였다가 흩어지곤 한다.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미있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되고 누가 회사를 이끌어가는가를 알게 된다.
새로운 사안을 놓고 자유토론을 해 보면 회의 참석자들은 몇 가지 부류로 즉시 나누어진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적극형이 있다.
머리가 아주 좋거나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으로 회의 진행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사안을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시하는 리더형도 있다.
회의 전에 사안에 대해 생각해 봤거나 평소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반면 그 어떠한 변화도 거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격하는 골키퍼형이 있다.
보수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벤처에서는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회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계속 토로하는 신세한탄형도 있다.
일과 후에 동료나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신세를 한탄하던 습관을 그대로 답습하는 한심한 부류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무슨 주제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답답형도 있다.
머리가 나쁘거나 자기 자신의 편견과 아집이 강한 사람이다.
이미 다른 사람이 발표한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양 똑같이 반복해 열 내면서 이야기하는 앵무새형도 있다.
물론 입 딱 다물고 앉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듣고만 있거나 졸고 있는 방임형도 있다.
골키퍼형 신세한탄형 답답형 앵무새형 방임형은 정말 도움이 안된다.
이런 사람들을 회의에서 다 빼고 적극형과 리더형만 모인다면 회의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적극형과 리더형들이 회사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들은 5%의 창조적인 소수이며 나머지 95%의 조직 구성원들을 이끌어 간다.
이것은 나이나 직책과는 전혀 무관하다.
벤처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적극형과 리더형들에게 자꾸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게 되고 일도 많이 준다.
결국은 그들이 조직의 리더가 되고 최고경영자(CEO)의 후계자가 된다.
적극형과 리더형의 사람들이 서있는 상태에서 하는 회의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고 또한 회의를 짧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