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지글러 퀸텟, 내한 연주회

탱고 음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파블로 지글러 퀸텟이 오는 22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3일(현대자동차아트홀)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아르헨티나의 뒷골목에서 발생한 탱고는 남녀가 몸을 밀착해 열정적으로 추는 춤과 음악이 결합된 무대예술이다.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과 이로부터 탈출하고픈 욕망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화려하고 신나는 리듬 아래 애수와 고독이 짙게 깔려 있다. 탱고 음악은 과거에 춤의 반주 음악 정도로만 인식됐지만 이제는 클래식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연주 무대는 플로어에서 콘서트홀로 옮겨졌고 기돈 크레머나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명연주자와 연주단체의 레퍼터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고(故)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가장 큰 공헌자로 꼽힌다. 파블로 지글러(56)는 피아졸라가 생전에 이끌었던 퀸텟에서 10년간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러나 그는 피아졸라의 전수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양식의 탱고 음악을 만든 작곡자이자 연주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바이올린 대신 드럼을 도입했고 피아노와 전자 기타의 사용 빈도를 늘렸다. 특히 즉흥 연주를 강조한다. 지글러는 "재즈적인 즉흥 연주가 아니라 탱고로서의 즉흥 연주가 중요합니다. 다른 많은 음악 장르들이 서정성을 잃어버렸지만 탱고에는 서정성이 여전하지요. 저희는 연주에서 서정성을 최대한 끌어올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몽트뢰 페스티벌,센트럴 파크 서머스테이지,삿포로 재즈 페스티벌 등 국제적인 페스티벌에서 수많은 공연을 했다. 엠마누엘 엑스,료타 코마추,게리 버튼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레코딩 작업도 해왔다. 지글러의 탱고 음악은 격정적이면서도 고요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동시에 준다. 지글러는 "탱고는 다른 음악에 잘 녹아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탱고 자체로 보편성이 있으며 다른 음악 장르의 보편성까지 끌어낼 수 있지요. 지금 재즈와 라틴음악에 탱고 열풍이 일고 있고 클래식에서도 탱고적 요소가 중요한 어법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지글러의 퀸텟은 피아노의 지글러를 비롯 엑토르 델 쿠르토(반도네온) 파블로 아슬란(베이스) 사토시 다케이시(드럼) 클라우디오 라가치(기타) 등 저마다 특유의 음악세계를 갖춘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피아졸라의 '미켈란젤로70''천사의 죽음''푸가와 신비''안녕 노니노',지글러의 '아스팔트' '바람의 밀롱가''낯선 시간으로부터''보에도의 젊은이' 등을 연주한다. (02)599-5743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