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수출회복 낙관하긴 이르다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이나 연속해서 추락하기만 했던 수출이 이달들어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은 이달들어 6일까지 전년동월보다 18.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고,수출 인콰이어리 건수나 바이어 내방건수 등으로 보건대 이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0% 늘어날 것이란 게 KOTRA의 전망이다. 신국환 산자부장관도 올해 수출이 10%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외관상의 장밋빛과는 달리 수출전선에 가로놓인 복병 또한 심상찮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경제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00년 3월이후 가장 좋게 나왔고,지난해 4분기의 경제성장률도 예상보다 높은 1.7%를 기록하면서 올해 1분기의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하는 등 낙관론 일색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낮아지던 미국의 실업률이 3월에 5.7%로 다시 높아지면서 금리 조기 인상론마저 힘을 잃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경기회복을 확신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고 보면 대미 수출은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수출전선의 불안요인이다. 지난해말부터 급등세를 보였던 1백28메가 D램의 현물가격이 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한달 사이에 21%나 폭락했고,D램 고정거래 가격도 수요처로부터 인하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여서 반도체 수출도 낙관하기 어렵게 됐다. 대일본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일수출은 올들어 지난 3월20일까지 30.8%나 줄어들었고,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로 1998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일본의 지난해 총수입이 3.6%나 늘어났지만 유독 한국상품이 맥을 못추고 있다는 것은 역시 수출상품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일본 대신에 제2의 수출시장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간 실시한 6건의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이 5건이나 차지할 만큼 견제가 심해 중국시장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수출이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력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나같이 큰 만큼 추세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해서는 안될 일이다. 수출을 늘리는 길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