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대출 억제방안] '왜 내놨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올들어 17조4천억원이나 폭증한 가계대출을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박승 신임 한은 총재는 취임(1일)하자마자 첫 작품으로 가계대출 억제방안을 발표했다. 은행에 지원하는 연 2.5%짜리 정책자금인 총액한도대출을 무기로 앞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은행들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동원할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한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정부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규제, 주택담보대출 축소 방침과 함께 고삐풀린 가계대출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책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금융감독원이 은행 검사때 규정준수 여부를 꼼꼼히 따져 직접 징계하는 방안까지 동원될 전망이다. ◇ 가계대출 늘리면 이중 손해 =한은의 가계대출 억제방안은 총액한도대출 배정시 평가와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이중 자물쇠' 구조다. 총액한도대출은 각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실적(상업.무역어음 할인, 구매자금대출 등)에 따라 일단 배정한 뒤 여신행태를 5단계로 평가해 부진은행(D.E등급)에서 배정액의 20∼30% 삭감한 만큼 우수은행(A.B등급)에 얹어준다. 한은은 여신행태를 평가할 때 가계대출 반영도를 현행 60%에서 80%로 높여 가계대출을 늘릴수록 곧바로 총액한도 배정액이 줄어들게 했다. 이렇게 결정된 총액한도대출 배정액은 2차적으로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시중은행 45%, 지방은행 60%) 미달액의 75%만큼 다시 깎아 중기지원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추가 배정된다. 지금까진 50%만 깎았다. 11조6천억원의 총액한도 내에서 손해보는 은행이 있으면 그만큼 이익을 보는 은행이 생기는 '제로섬' 구조다. ◇ 다목적 포석 =한은의 이번 조치로 은행들은 가계대출 위주인 자금운용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출은 마진이 박하지만 그나마 싼이자의 총액한도대출이 있어 수익을 내왔다. 신규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가 연 6.65%(2월 기준)이므로 총액한도대출(연 2.5%)과 비교할 때 예대마진이 4%포인트를 웃돈다. 현재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치중하느라 대부분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은 강형문 부총재보는 "일부 지방은행을 빼곤 10개 안팎의 은행들이 의무대출비율을 지키지 못해 이번 억제조치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을 줄여서 남는 자금을 중소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운용하도록 유도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은행자금의 산업자금화와 금리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게 한은의 설명이다. ◇ 은행 검사도 강화 =금감원도 검사국별로 은행 검사때 가계대출 추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라며 "적정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용관리를 강화토록 지도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마이너스 통장도 우발채무로 대차대조표에 계리토록 하면서 리스크관리대상에 포함되도록 지도하고 있다. 신용대출에 대해서만 적용해온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의 적용범위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계대출의 종류와 담보별 회수율 산출시스템도 구축토록 했다. 특히 주택담보 가치 평가비율이 과도한 수준으로 설정되지 않도록 하는데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형규.허원순 기자 ohk@hankyung.com